우리 동네 아파트 화단에는 유난히 흰색 꽃잎을 가진 식물이 있다. 바로 오늘 소개할 '약모밀'이다. 마을 또는 아파트 화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야생화지만 사실 중부 이북에서는 보기가 쉽지 않은 야생화이다. 잎뿐만 아니라 식물 전체에서 생선 비린내가 난다고 해서 '어성초'(魚腥草)라고 불린다. 이 식물이 우리나라에 건강식품으로 들어와 알려질 때 '어성초'라는 이름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약모밀'이라는 진짜 이름보다 이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비릿한 냄새는 차를 끓이면 나지 않는다. 울릉도에서는 '약모밀'을 두고 '삼백초'라고 부르고 판매하지만 '삼백초'라는 별도의 식물이 있으므로 이는 잘못된 것이다.
'약모밀'을 자세히 보면 4장의 흰색 꽃잎이 있는데(사진), 정확히 말하면 꽃잎이 아니고 식물의 '포'(꽃 밑에 달려 있는 조그마한 잎)라는 식물의 기관이다. 즉 '약모밀'은 꽃잎이 없는 식물이다. 그래서 곤충들을 유인하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기관(포)을 흰색으로 만들어 곤충을 유혹하며, 종자를 만든다. 특히 '약모밀'은 벌이나 나비보다는 개미들이 좋아하는 식물이다. 개미들이 식물체 줄기를 타고 올라가 꽃가루를 몸에 묻히면서 수정을 하는 그런 식물이다.
'약모밀'의 전설을 보면, "옛날 제주도에 있는 화산의 아들(火)과 바다 왕의 공주(水)가 서로 사랑을 해서 이들은 결혼을 약속했다. 그런데 한라산 산신인 할머니가 불(火)과 물(水)은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두 사람의 결혼을 전적으로 반대하였다. 그러나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서로 열렬히 사랑했다. 그 후 공주는 사랑의 결실로 생긴 아이를 출산하다가 잘못되어 그만 죽게 되었다. 이후 죽은 공주의 무덤에서 이름 모를 야생화가 피었는데 그 풀의 냄새를 맡아보니 물고기 냄새가 났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풀을 '어성초'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식물학적으로 '약모밀'이란 이름은 메밀과 관련 없지만 잎의 모양새가 메밀을 닮았고 또 약으로 쓰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약모밀'은 강인하다. 원자폭탄이 떨어진 자리, 즉 히로시마의 불모의 땅, 아무도 살지 않는 땅에서 맨 처음 식물의 잎을 피운 그런 식물이다. 얼마나 강인한 식물인지 알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식물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였고 항암효과가 일반 식물의 4만 배에 가깝다는 보고도 있다. 그 밖에 여러 가지 병의 치료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항균, 항염, 면역력 증강뿐만 아니라 특히, 아토피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어성초 비누, 어성초 샴푸, 어성초 화장품들이 시중에 나와 팔리고 있다. 또한 '약모밀'은 돼지나 닭들에게는 항생제 역할을 하므로 돼지나 닭 우리 주변에 심어 놓으면 좋다고 한다.
생선 비린내가 나는 야생화, 이름이 그리 이쁘지는 않지만 척박하고 힘든 역경을 이겨내는 아주 강인한 식물이다. 야생화 중 강인함의 상징인 '질경이'와 견주어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 그런 식물이다.
'약모밀'은 볕이 잘 드는 집 한쪽에 심어 놓으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아도 잘 자란다. 꽃도 보기 좋고, 무엇보다도 모기나 벌레가 달려들지 못하게 하므로 집 안에 들여도 좋다. 행여 벌레에 물리면 상비약처럼 잎을 따서 비벼 붙이면 효과가 있다. 물론 이런 더운 여름날 잎을 말려 시원한 차로 마셔도 금상첨화이다.
동네나 아파트 주변을 살펴보면, 유난히 흰 꽃잎이 4장 달린 식물이 있다. 무심코 지나치지 말고 가까이 가서 냄새를 맡아보라. 바로 '약모밀'이다. 강인함의 상징인 야생화가 여러분 앞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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