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0번 넘게 떨어져도 도전"…판교밸리 메운 취업 열기

 "수십 번 수 백번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는 제가하고 싶은 분야의 회사에 취업할 수 있겠죠,당장 힘들다고 아무 곳이나 가고 싶지는 않아요"15일 경기도 성남에 있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2016 판교테크노밸리채용박람회'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황모(29)씨는 한 정보보안업체에서 채용면접을 마치고 나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인천의 한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올해 초 졸업한 황씨는 SW(소프트웨어) 개발업무를 할 수 있는 직장을 구하는 게 꿈이다.

 국내 IT관련 기업들이 몰려 있어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채용박람회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정성껏 만들었다.

 이번이 백 몇 번째 쯤 된다.하도 많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만들어 정확한 숫자를 셀 수가 없을 정도다.

 졸업을 앞둔 올해 1월부터 취업을 하려고 여기저기 SW관련 업체를 찾아다니며 이력서를 넣었다.운 좋게 면접까지 가는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1차 서류전형에서 '광탈'(광속으로 탈락)하고 말았다.

 아버지와 어머니,남동생은 아침마다 일터로 나가는데 자신만 집에 있는 모습이초라하고 싫었다.그렇다고 놀고먹거나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드리려고 여기저기 알바(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비도 보탰다.휴학했을 때는 SW업체에 계약직으로 들어가 SW의 안정성 등을 테스트하는 일도 2년 넘게 했다.

 신분은 조금 불안해도 월급이 적지 않아 평생직장으로 생각도 해봤지만,결국 회사를 나왔다.

 황씨는 "SW테스터로 일하면서 보람을 얻거나 미래발전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경제상황은 황씨같은 취업준비생에게는 녹녹하지 않았다.SW 개발관련 스타트업이 많이 생겼지만,그만큼 취준생들도 많아 취업경쟁이 치열했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취업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는 황씨는 그러나 "저 같은 대학졸업생보다는 경력자를 채용하는 기업이 많아 힘들다"고 털어놨다.

 SW관련 업체에서는 대부분 관련분야 경력자나 신입이라도 대회 수상경력 등 검증된 능력을 요구했다.그래서 100번이 넘게 이력서를 넣어도 광탈할수 밖에 없었던이유이기도 했다.

 황씨는 "수백명의 구직자를 심사해야하는 기업의 입장은 이해하지만,최소한 간단한 과제테스트라도 해서 기업에서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절차라도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번번이 취업에서 낙방하니까 위축되는 것은 사실이지만,그렇다고 제가 하고 싶지 않은 분야에서 직업을 얻고 싶지는 않다"면서 "이렇게 여러 번 도전하다 보면 저에게 맞는 회사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을 남기고 다른 업체 면접을 보러 자리를 떴다.

 이날 판교테크노밸리 채용박람회장은 황씨 같은 구직자들로 북적거렸다.

 국내 1세대 소프트웨어 기업인 ㈜한글과 컴퓨터 등 ICT 기업을 비롯해 BT,메카트로닉스,디자인 전문기업 등 판교테크노밸리에 입주한 43개사가 행사장에 개별 부스를 차려놓고 인재를 찾았다.이날에만 총 230여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1회 판교테크노밸리 채용박람회에서는 2천500명이 현장을 방문해 이 중 1천500명이 면접을 봐 100명이 현장에서 채용됐다.

 올해 채용박람회에서는 지난해와 달리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디지털마케팅 기업인 투브플러스에서 면접을 마친 장병현(19) 군은 성남 분당에있는 양영디지털고등학교 SW개발과 3학년 학생이다.

 내년 졸업을 앞두고 교사의 인솔로 취업을 앞둔 3학년 친구 10여명과 함께 처음으로 채용박람회에 참가했다.

 채용박람회 분위기 파악을 위한 시험적인 참가가 아니라 취업하고 싶은 업체 2곳을 미리 골라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했다.

 장 군은 "취업을 목적으로 디지털고에 들어갔기 때문에 취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웹 개발 쪽에 관심이 많아 그쪽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면서 "2군데에서 면접을 봤는데 이번에 합격했으면 좋겠다"고 당찬 기대를 보였다.

 장 군을 면접한 투브플러스에 고등학생을 실제로 채용하려는 뜻이 있는지 물었더니 당연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투브플러스 장원석 대표는 "IT 분야에서 나이와 학력은 전혀 중요하지 않고,실제 업무능력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SW분야는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관심을 두고 공부하고 있어서 성인과 전혀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해 디지털고등학교 학생을 한 명 채용했는데 일도 매우 잘하고 조직에도 잘 융합해 올해 고등학생 직원을 한 명 더 뽑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채용박람회 현장에는 장 군처럼 교복을 입은 남녀 학생을 50여 명 이상 찾아볼 수 있었다.가까운 성남지역 뿐 아니라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에 있는 특성화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대거 찾아왔다.

 채용박람회를 개최한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이문선 판교테크노밸리지원 본부장은 "판교테크노밸리에는 R&D 분야 전문기업이 많은데,올해는 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이 대거 채용박람회에 참여했다"면서 "하반기에는 NHN이나 NC소프트 등 대기업들이 판교에서 일한 전문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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