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 맞는 老부모 늘었다…유교 도시 경북의 그늘

경제적 부담 학대로 이어져

늙고 병든 부모를 상대로 한 40~60대 중장년의 노인학대가 경북도 내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부모 봉양을 의무로 여기는 중장년층의 유교적 가치관이 경제적 부담, 스트레스와 충돌하면서 급기야 학대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5월 안동의 한 주택에서 술에 취한 A(42) 씨는 아버지 B(69) 씨가 신용카드를 정지시켰다는 이유로 행패를 부리고 아버지의 손가락이 절단될 정도로 깨물어 상해를 입혔다.

앞서 3월에도 신용불량자가 된 C(40) 씨가 굴삭기를 사는 데 필요한 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모 D(69) 씨를 폭행'협박하고 주 수입원인 사과나무 39그루를 잘라 구속되기도 했다.

경북도 내 노인학대는 2010년 455건에 불과하던 것이 2011년 525건으로 급증했고, 2012년 543건, 2013년 700건, 2014년 852건 등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40~60대로 추산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서도 2010년부터 5년간 부모를 살해하거나 폭행한 패륜범죄 건수는 4만6천177건에 달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렇게 집계된 노인학대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한다. 노인학대가 대부분 가정 내에서 이뤄져 적발이 어렵고 자녀가 처벌받을까 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경북은 부모 봉양이 자식의 도리라고 생각하는 유교적 가치관이 강해 쉽게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황은정 경북서북부노인보호전문기관장은 "형편이 안 되는데도 손가락질을 받을까 두려워 노부모를 가정 내에서 모시다 결국 폭력이라는 형태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안동 등 경북의 노인학대 신고가 저조한 이유는 유교적 가치관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장년층의 패륜 행위는 우리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와도 관련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다. 고령의 부모를 오랜 기간 모시다 보니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폭력으로 번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60대 자녀가 80, 90대 노부모를 공격하는 '노노(老-老) 학대'가 급격히 늘고 있다.

김연희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거동이 불편한 노부모를 부양하려면 일일 요양보호사를 고용하거나 장기요양보험제도를 이용해야 하는데 대상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서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적다"며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에 맞춰 정부가 기준과 자부담 비용을 낮출 필요가 있다. 노인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대책마련과 함께 노인복지 분야의 사회보장제도 확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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