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는 'dog'을 붙여 만든 단어가 많다. 개의 이미지나 행동에 빗대 일상에서 흔히 쓰는 쉬운 말을 만들면서 나타나는 언어 현상이다. 패배자'낙오자라는 부정적 의미와 함께 공정하지 못한 제도나 부정 때문에 희생하는 약자를 일컫는 언더독(Under dog)이나 파수꾼'감시자 뜻의 워치독(Watch dog), 응석받이를 이르는 랩독(Lap dog) 등 사전을 들춰보면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낙심'낙담을 뜻하는 블랙독(Black dog)은 구어로 우울증을 뜻하고 독 잇 독(dog eat dog)은 인정사정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들개나 잡종개를 뜻하는 옐로독(yellow dog)은 비열한 사람, 겁쟁이 외에도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 노동자를 지칭하는 속어다. 우리 속담이나 비속어에도 개는 단골이다. '상가집 개 신세' '개망나니' '괴발개발' '비루먹은 강아지 큰 범 건드린다'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5조원대의 부실을 감추고 세금으로 돈 잔치를 벌이다 꼬리가 밟힌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 중 하나가 '워치독'이다. 대우조선 전현직 임원과 직원들이 패악질을 하는 동안 산업은행을 비롯한 정부와 감사원, 검'경 등 아무도 이를 감시하지 않아 굶주린 하이에나의 먹잇감이 됐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전현직 경영진은 분식 회계를 통해 흑자 회사로 둔갑시키고 4조원이 넘는 혈세를 끌어다 낭비했다. 적자 투성이 회사가 877억원의 격려금 잔치를 벌였다는데 이는 약과다. 차장급 직원이 공금 180억원을 빼돌려 초호화판으로 흥청망청해도 아무도 이를 눈치 채지 못했다. 대우조선은 말 그대로 먼저 본 놈이 뜯어먹고 잔해만 너덜너덜한 세계 2위의 조선사였다.
대우조선은 엄연히 산업은행의 자회사다. 대우그룹 해체 이후 2000년 산은이 대우조선을 떠안았다. 그런데 세금을 지키고 감시해야 할 산은은 워치독이 아니라 무능하고 게으른 곰이었다. 너도나도 좀비 기업의 피를 빨아먹는 동안 막후에서 눈치나 살피고 거수기가 된 산피아(산은+마피아)는 한마디로 슬리핑독이자 옐로독이었다. 대우조선 사태가 '금융의 세월호'로 불리는 이유다.
감사원이 대우조선 사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7, 8년 전부터 온갖 의혹이 불거졌지만 감사원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원전 비리 사태처럼 또다시 복마전을 지켜보는 국민에게 청와대와 정부, 국회는 또 무슨 변명을 늘어놓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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