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2번)로 여의도에 입성한 이종명(57) 국회의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현역군인이었다. 그에게는 '참군인'이라는 닉네임이 따라다닌다. 1사단 전진부대 수색대대장(중령)이던 2000년 6월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작전 중 지뢰를 밟은 동료를 구하다가 자신도 지뢰사고로 두 다리의 발목 아랫부분을 잃었다. 다리를 잃은 뒤에도 "위험하니 들어오지 마라. 나 혼자 기어나가겠다"며 부하들의 접근을 막고 지뢰 지대 10여m를 포복으로 빠져나왔다. 당시 이 의원의 이 말이 전해지면서 이 의원은 참군인이자 살신성인의 표상으로 칭송받았다. 뮤지컬 소재로도 쓰였으며, 전투'훈련 중 장애를 입은 경우 현역으로 계속 복무할 수 있도록 국방부령이 바뀌기도 했다. 남북이 갈라진 지 71년, 전 세계 유일 분단국가에 살고 있는 이 시대, 이 의원은 남북 관계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봤다.
◆우리에게 북한은 무엇인가?
우리는 '분단국가'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역사적,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현실을 종종 마주한다. 북한의 난데없는 탄도미사일 발사나 핵개발 소식, 외국 식당에 근무하던 20대 북한 여성들의 갑작스러운 탈출 소식 같은 것 말이다. 남북이 분단된 지 71년이 지나면서 서로에 대한 애틋한 기억은 점점 사라지고 양측의 갈등만 표면 위로 떠오르는 게 현재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스크린과 무대, 스포츠 현장에선 북한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우리 민족'이라는 끈을 놓지 않으려는 시도가 함께 이뤄지고 있다. 과연 우리에게 북한은 무엇일까?
이종명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북한이 우리에게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어렵지만 매우 중요한 의제"라고 했다. 이에 대한 답을 찾고 얼마나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의 미래 설계가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우리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은 민족공동체 형성을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하는 통일의 대상인 동시에 군사적으로 대결상태에 있는 경계 대상이라는 이중적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은 핵과 탄도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의 개발과 사이버공격, 소형무인기 침투 등 지속적인 도발로 한반도를 위협하고 있어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명백한 주적(主敵)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는 "우리 안보정책의 기본 개념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남북한과 동북아의 공동번영, 국민생활의 안전 확보 등이 핵심"이라며, "북한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기반으로 확고한 안보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에 부는 새로운 인식?
이 의원은 그동안 우리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다양한 비전과 계획으로 안보정책을 추진했지만 북한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뒤따르지 못하면서 의도한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반복적인 대북정책 실패로 국민과 군의 피로감이 높아졌고, 남남갈등과 안보갈등이 심화하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것.
그는 또 2000년대 들어 북한에 대한 국민들의 적개 의식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것이 안보 불감증으로 이어지고 있어 문제라고 했다. "2000년 개최된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 대화와 교류 확대로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의식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고, 많은 역사적 성과도 이뤘지요. 그러나 우리처럼 과연 북한은 변하고 있는가라는 점을 곱씹어봐야 합니다. 북한은 이후에도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목함지뢰 도발 등 스스로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방식으로 긴장을 조성하고 많은 보상을 얻어갔지요."
그래서 이 의원은 그간 좌편향된 역사 교육에서 벗어나 올바른 역사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통일'안보교육 강화를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요즘 우리 군 장병들마저 '우리 군이 지켜야 할 대상인 대한민국'과 '우리 군이 싸워야 할 대상인 북한'의 실체에 대해 혼란을 겪는 것을 현장에서 많이 봐왔습니다. 정권에 따라 주적의 개념에 온도 차가 발생했기 때문이지요. 급기야 2002년 참여정부부터는 국방백서에조차 주적 개념이 사라졌어요."
이 의원은 "한반도는 여전히 종전(終戰)이 아닌 휴전(休戰) 상태다. 김정은 정권이 안정기에 접어든 요즘은 예전의 안보현실보다 더욱 심각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지금 누리는 평화와 안정이 영원할 것이라는 안보 불감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군인에서 국회의원으로 변신?
이 의원은 지난해까지 현역군인이었다. 1983년 소위(육사 39기)로 임관하고 지난해 9월 전역할 때까지 37년간 줄곧 자랑스러운 군복을 입고 한길을 걸었다. 그런 그가 올해 총선에서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 제20대 국회에 입성했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이 된 그는 현역군인은 물론 국민과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에 대한 법과 제도를 만드는 데 관심을 쏟을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역군인의 보훈등록 문제를 비롯해 상이유공자의 장애보상금 문제 등을 관심 있게 보고 있어요. 아무래도 제가 직접 겪어봤기 때문에 그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요. 이 밖에 군인의 정년 연장, 경찰'소방공무원 등 특수 업무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도 관심사항입니다."
이 의원은 또 "연일 이어지고 있는 방산비리 분야에도 메스를 들이대겠다"고 했다. 방산비리는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방산비리 근절을 위해 법과 제도를 과감하게 뜯어고치겠다는 것.
제대군인에 대한 관심은 없는지도 물어봤다. 가령 최근까지도 가장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는 군 가산점 같은 문제다. 제대군인 지원 문제는 현역군인의 사기와 직결되고 나아가 국가안보로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 이 의원의 생각이다.
"최근 5년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제대군인 취업률은 55%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요. 미국(95%), 영국(94%), 프랑스(92%), 독일(90%)에 비하면 초라한 수치지요. 기본적으로 국가안보를 위해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사람에 대해서는 국가가 정당한 보상을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한 군 가산점 문제도 이 같은 시각에서 다시 바라봐야 합니다. 가산점 범위 제한, 선발인원 제한 등 당시 헌재가 위헌 결정한 이유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노력하겠습니다."
◆이종명 국회의원은?
1959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났고, 1978년 대구 달성고를 졸업했다. 1979년 육군사관학교에 입학, 1983년 육사 39기로 소위에 임관했다. 2000년 육군 1사단 전진부대 수색대대장으로서 후임 대대장에게 DMZ 작전 인수인계를 하던 도중 지뢰 사고를 당해 두 다리를 잃었다. 사고 당시 "위험하니 내가 간다. 위험하니 오지 마라"며 참군인의 모습을 보여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이를 계기로 2002년 올해의 육사인상, 육군 참군인 대상을 수상했다. 나아가 '군인사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심신장애 군인에게도 현역 복무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 의원은 2년 6개월간의 재활을 마치고 군에 복귀해 2004년부터 육군대학과 합동군사대학 교관으로 복무했다. 2015년 9월 전역했고, 2016년 1월부터는 이종명리더십사관학교 대표를 역임하다 제20대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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