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신공항, 학자들까지 지역이기주의에 휩쓸려서야

대구 경북 경남 울산 등 영남권 4개 시도가 16일 영남권 신공항의 환경생태 문제와 관련해 공동 보도자료를 냈다. 같은 날 부산지역 환경'생태학자들이 내놓은 '밀양 신공항 건설 시 환경 폐해에 대한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것이다. 밀양과 가덕도, 신공항 희망지에 따라 같은 사안을 두고 상반된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지역 환경'생태학자 24명은 생태적으로 부산 가덕도가 경남 밀양보다 신공항 입지로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기자들 앞에서 학자적 지식과 양심을 걸겠다는 언급도 했지만, 기존에 부산시가 주장해온 가덕도 우위 논리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한 교수는 "가덕도와 밀양, 모두 철새 도래지와 인접하고 있지만, 가덕도는 8~10㎞, 밀양은 4~5㎞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밀양은 철새와 항공기의 충돌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밀양 후보지는 산봉우리 20개 이상을 절개해야 해 환경 파괴의 우려가 크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이들은 가덕도에 신공항을 지으라는 것인데, 학자적 양심까지 내걸면서 할 만한 주장인지 의아하다.

부산을 제외한 영남권 4개 시도는 이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밀양 후보지는 철새 도래지인 주남저수지와 9㎞ 지점에 위치하지만, 가덕도 후보지는 낙동강 하구 철새 도래지와 1㎞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가덕도 후보지가 물길을 따라 이동하는 철새와 항공기의 충돌 우려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밀양 후보지는 산봉우리 4개, 5천300만㎥를 절토하면 활주로 건설이 가능한데도, 가덕도 후보지는 국수봉 1곳이지만 밀양 절토량의 두 배인 1억800만㎥를 깎아야 한다고 했다. 가덕도는 절대보존지역인 생태자연도 1등급지 6곳과 녹지자연도 8등급 이상 3곳, 문화재 3곳에 대한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4개 시도는 가덕도가 밀양보다 생태 훼손이 훨씬 심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부산과 4개 시도는 환경생태 문제에 대해 큰 견해차를 갖고 있다. 관점이나 자료 해석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사안인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부산지역 환경'생태학자들은 자신들 주장의 타당성을 내세울지 모르나 부산 유치에 대한 일방적인 편들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양심 있는 생태'환경학자라면 가덕도 우위 논리보다는 밀양, 가덕도 2곳 모두의 환경 훼손 우려를 제기하는 것이 옳았다. 학자들까지 지역이기주의 혹은 지역 여론에 경도된 것 같아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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