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블랙커피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음료가 된 커피의 역사는 6, 7세기까지 거슬러 오른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목동이었던 칼디는 염소들이 커피나무에 달린 빨간 열매를 따 먹고 나서는 흥분하여 뛰어다닌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호기심에 이 열매를 따 먹은 자신도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상쾌해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이 사실이 이슬람 사원에 알려졌고 커피는 이슬람 수도승들에게 기분이 좋아지고 졸음도 막아주는 신비의 열매로 자리매김했다. 이슬람 세력은 커피 종자가 다른 지역으로 나가지 않도록 단속했다.

이슬람 문화권에 감춰져 있던 커피를 기독교 문화권이 처음 접한 것은 12, 13세기 십자군 전쟁의 산물이었다. 커피를 '악마의 음료'라 하여 기피하던 유럽인들도 이를 맛본 후 그 맛을 떨쳐 버리기 힘들었다. 이탈리아 베니스의 무역상들에 의해 커피는 서서히 유럽으로 퍼져 나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사제들이 "커피를 막아 달라"며 아우성을 쳤다. 교황 클레멘스 8세(재위 1592~1605)는 커피를 마셔 보기로 했다. 원두를 갈아 만든 검은 음료를 맛본 교황은 '이렇게 맛좋은 음료를 이교도만 마시는 것은 슬픈 일'이라며 커피에 세례를 내렸다. 교황이 음식에 세례를 내린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커피는 1990년 발암 가능 물질로 몰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커피를 인체 발암 가능 물질군인 2B군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2B란 동물실험에서 암 유발 가능성은 확인했지만 인체에 대해서는 암 유발 가능성이 확인되지 않은 물질이다. WHO가 뭐라 하건 오늘날 커피는 사랑받는 음료다. 우리나라에만 전문점이 5만 개에 이른다.

26년 만에 WHO가 커피를 2B군에서 해제했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체 암 유발 가능성에 관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암 유발 가능 물질인 것처럼 알려져 마시면서도 찜찜했던 커피는 명예를 회복했다. IARC는 오히려 간 질환에 시달리는 환자가 하루 2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면 간경화나 간암의 가능성이 낮아진다며 커피를 더 마셔도 좋다고 조언했다. 그래도 단서는 붙어 있다. 첫째 설탕은 아예 넣지 말라는 것이고, 둘째 우유 역시 가능한 한 첨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니 엄격히 말하면 소위 '블랙커피'의 명예 회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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