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언니랑 풍선 놀이…행복도 두둥실
사진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사진 속엔 남자 아이가 안 보인다. 모두 딸만 있는 가족인 모양이다. 이 아이들이 이제 모두 자라서 어엿한 숙녀가 되었을 것이다. 나는 아들만 둘이라서 한 번씩, "나는 평생 사위는 못 보겠다"는 자조 섞인 말을 하곤 한다. 둘째 아들을 얻고 듣던 말은 "든든하시겠다"는 말이었다. 그때만 해도 글쎄, '뭐가 든든하다는 거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요즘에 와서는 딸이 없는 걸 후회한다. 안사람도 '어이구 내 팔자야' 한다. 한 가정에서 딸은-모든 집안이 다 그런 건 아닐 테지만-접착제와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접착제는 풀도 되고 반창고도 되고 일회용 밴드도 되고 스카치테이프도 되고 강력한 5초 본드도 된다. 즉, 접착제는 떨어진 것을 붙여주거나 더 강하게 만들어주는 원리로 가족 내의 느슨하고 심심한 고리들을 연결해 주는 접착제가 된다. 특히 경상도 아이들은, 그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더더욱 말이 없다. 묵묵하다 못해 무뚝뚝하다. 부모와 함께 있어서 그런가? 그럴지도 모른다. 부모가 있는 곳에서는 무뚝뚝하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살갑게 말들을 많이 한다는 얘길 들었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부모와 함께 있으면 편한 것도 있지만 별로 할 얘기가 없다는 것이 아닐까? 특히 아들에게 거는 기대가 많아 부모는 늘 어떤 가치를 전달하려고 한다. 또 이래라저래라는 간섭이라는 양념도 들어가 있다.
반면에 부모가 아닌 다른 이들은 서로 얘기를 들어주거나 대화라는 형태를 갖고 있다. 부모와 자녀는 대화를 하긴 하지만 부모가 대화의 기본 원리를 잘 모르거나 이해 부족인 경우가 많다. 대화랍시고 훈계를 하거나 질타를 하면 그건 대화가 아님에도 부모는 그걸 뭉뚱그려서 대화라고 생각한다.
대화의 기본 원리는 서로의 인정 속에서만 가능하다. 내가 가르쳐야겠다, 내가 혼을 내야겠다, 내가 너보다는 우월하다, 내가 너에게 은혜를 베풀어야겠다는 식의 생각이 앞선다면 이미 그건 대화가 아니다. 그런 대화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나의 아이들과 나는 알게 모르게 그런 식의 대화가 대부분이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게 우리의 시대 정서였다. 그런 까닭에 나의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하지 않는 이유이지 않을까?
자녀들과 그런 대화로 의를 상하느니 아이들과 같이 뛰어노는 게 제일 좋은 대화법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아이들과 같이 놀 궁리를 해야겠다. 말은 그 뒤에 할 얘기이다.
김경호 (주)군위체험학교 소장
◇1995년 小史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4월 28일 오전 7시 52분경 달서구 상인동 영남고등학교 네거리 도시철도 1호선 제1~2구간 공사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등굣길 학생 42명을 포함해 101명이 사망하고 20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공사장 복공판 400m가 무너졌고, 건물 346채, 자동차 152대가 파손됐다.
▷우리 쌀 북송=1995년은 북한체제의 위기 징후가 더욱 뚜렷해진 해였다. 북한은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쌀 외교를 펼쳤고, 정부는 우여곡절 끝에 쌀 15만t을 북한에 지원했다.
▷삼풍백화점 붕괴=6월 29일 오후 5시 52분경 서울 서초동 삼풍백화점이 붕괴돼 501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으며, 937명이 다쳤다. 6'25전쟁 이후 가장 큰 인적 피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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