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빅리그에서 만난 82년생…추신수·이대호·오승환

코리언 메이저리거 늘어나면서 한국인 맞대결 자주 성사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에 태어난 '원년둥이'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와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모두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뤘다.

함께 성장하고, 경쟁하던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모인 메이저리그에서 기량을 겨루고 있다.

냉정한 프로 세계에서도 마주치면 멋쩍게 씩 웃는다.

이런 장면 하나하나가 한국 야구의 역사가 된다.'

◇ 16년 만에 맞대결한 추신수와 오승환 = 추신수와 오승환은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텍사스와 세인트루이스 경기에 타자와 투수로 맞대결했다.

이들이 맞대결한 건 고교 시절이던 2000년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 이후 16년 만이다.

흥미로운 건 16년 전에는 추신수가 투수, 오승환이 타자로 대결했다는 점이다.

당시 추신수는 부산고 에이스였다. 추신수는 경기고와 결승전에서도 선발 등판해 팀의 10-3 승리를 이끌었다. 추신수는 대회 최우수선수의 영예도 누렸다.

한서고 1학년 때 팔꿈치를 다쳐 2학년 때 경기고로 전학한 뒤에도 외야수로 뛰던 오승환은 타석에서 추신수의 구위에 눌렸다.

프로 입문 후 첫 대결에서도 추신수가 이겼다.

추신수는 오승환의 시속 151㎞짜리 직구를 받아쳐 중전 안타를 만들었다.

추신수가 타석에 들어설 때, 씩 웃었던 오승환은 안타를 내준 뒤에는 표정이 굳었다.

우정은 대결이 펼쳐지기 전까지만 나눈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승패가 갈리고, 패자의 표정은 굳는다.

오승환은 다음 대결에서는 설욕을 벼른다.

한국프로야구가 낳은 '최고 마무리' 오승환은 KBO리그 출신의 자존심을 안고 메이저리그 무대에 뛰어들었다.

과정은 험난했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단국대에 입학한 오승환은 1학년 때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고, 길고 힘겨운 재활 끝에 투수 자리를 되찾았다.

2005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한 오승환은 2013년까지 9시즌 동안 277세이브(28승 13패, 평균자책점 1.74)를 올리며 한국프로야구 마운드를 평정했다.

2014시즌을 앞두고 2년 최대 9억엔(약 93억 7천만원)의 조건에 한신과 계약한 오승환은 일본 진출 첫해 2승 4패 39세이브 평균자책점 1.76으로 센트럴리그 구원왕에 올랐다. 2015년에도 2승 3패 41세이브 평균자책점 2.83을 기록하며 센트럴리그 구원 타이틀(공동 1위)을 지켰다.

그리고 올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세인트루이스 핵심 불펜으로 자리매김했다.

추신수는 고교 졸업 후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시애틀에 입단한 추신수는 투수가 아닌 타자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마이너리그 설움을 참고 견딘 추신수는 2008년부터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활약했고 2009년과 2010년, 2012년 세 차례나 20홈런·20도루를 달성하며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호타준족으로 평가받았다.

2013년에는 출루율 0.423으로 내셔널리그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제 '코리언 메이저리거 맏형'으로 불리는 추신수는 '신인'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동갑내기 친구 오승환을 응원한다.

◇ 빅리그에서 만난 부산 야구 소년 = 추신수는 개막 3연전에서 이미 '친구' 이대호를 만났다.

4월 6일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경기에서 추신수는 텍사스 2번 우익수, 이대호는 8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전날(4월 5일) 대타로만 한 타석 들어선 이대호가 선발 출전 기회를 잡으면서 둘은 고교 시절 이후 처음으로 같은 경기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경쟁했다.

한국 야구사에도 의미 있는 기록이 생겼다.

한국 국적을 가진 야수가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경기에서 동시에 선발 출전한 건 당시가 처음이었다.

한국인 투타 대결은 2004년 김선우와 최희섭을 시작으로 2013년 류현진과 추신수까지 15번 벌어졌지만, 야수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2005년 추신수와 최희섭, 지난해 추신수와 강정호가 동시에 빅리그 무대에서 활약했을 때도 맞대결 기록은 없다.

공교롭게도 1991년 대한민국 부산에서 함께 야구를 시작한 '소년'들이 기록을 썼다.

이대호는 부산 수영초등학교 3학년 때 추신수의 권유로 야구를 시작했다.

추신수는 "덩치가 엄청나게 크고 운동 신경도 뛰어난 친구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대호였다. 내가 먼저 야구를 하고 있었는데 이대호를 야구부로 끌어들였다"고 떠올렸다.

이후 추신수는 부산중·부산고, 이대호는 대동중·경남고로 진학해 둘은 '구도' 부산에서 라이벌전을 펼쳤다.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대회에서는 둘이 힘을 모아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추신수는 미국행을 택했지만, 이대호는 연고지 구단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했다.

추신수는 마이너리그에서, 이대호는 한국 무대에서 경험을 쌓았고 결국 둘은 '메이저리거'와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우뚝 섰다.

2010년 한국프로야구 정규시즌 MVP, 2015년 일본시리즈 MVP에 오르는 등 한국과 일본 무대를 평정한 이대호는 거액을 보장하는 일본 구단의 구애를 뿌리치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택했다.

이대호의 도전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한 친구가 추신수였다.

◇ 현역 빅리거 7명…맞대결은 이어진다 = 추신수 홀로 외롭게 싸우던 시대는 끝났다.

2014년 류현진(29·로스앤젤레스 다저스), 2015년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에 이어 올해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와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 이대호, 오승환이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어느 해보다 자주 한국 선수가 맞대결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6월 11일에는 오승환과 강정호가 한국프로야구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한국 선수의 사상 첫 투타 대결을 펼쳤다.

5월 19일에는 이대호와 김현수가 타석에서 자존심 싸움을 했고, 5월 28∼30일에는 이대호와 박병호가 한국인 신구 거포 대결을 펼쳤다.

두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올랐던 추신수가 복귀하고, 김현수가 백업 멤버에서 주전급으로 도약하면서 한국인끼리 마주칠 기회가 더 늘었다.

각자 타석에 서는 '타자들의 대결'보다 흥미를 끄는 건 결과가 엇갈리는 '투타 대결'이다.

가장 자주 성사될 매치업은 오승환 대 강정호다.

세인트루이스와 피츠버그는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라이벌이다.

정규시즌에서 두 팀은 총 19차례 맞대결하는 데, 아직 12차례 맞대결이 남았다.

오승환은 19일 추신수와도 맞섰다.

6월 25∼27일에는 이대호와 맞대결도 예고됐다. 이대호와 오승환은 한·미, 일 프로야구에서 모두 투타 맞대결을 하는 진기한 기록을 생산할 수 있다.

어깨 재활 중인 류현진이 복귀하면 볼거리는 더 많아진다.

류현진이 다저스의 기대대로 후반기 전에 복귀하면 8월 13∼15일, 동갑내기 친구 강정호와 맞붙는다.

KBO리그 출신 메이저리거 시대를 연 류현진과 강정호의 맞대결은 또 다른 역사가 된다.'

연합뉴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