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슬럼프' 박병호, 강속구 상대·홈런으로 되살아날까

MLB닷컴 "득점권 49타수 6번째 안타…95마일 이상 상대로는 처음"

미국프로야구의 한국인 거포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는 부활할 수 있을까.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홈런왕 출신 박병호는 태평양을 건너간 올해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와 시즌 초반 거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ESPN 등 현지 매체들은 박병호를 아메리칸리그 '올해의 신인' 후보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지난달 14일(이하 한국시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에서 시즌 8, 9호 연타석 홈런을 터뜨린 박병호는 오랫동안 '아홉수'의 덫에 걸렸다.

지난 6일 탬파베이 레이스전에서 23일 만에 '홈런 맛'을 봤지만, 부진은 이어졌다. 2할 중반이던 타율은 어느덧 1할대를 바라보는 처지에 놓였다.

그런 박병호는 19일 부활의 신호탄을 터뜨렸다.

17일 뉴욕 양키스와 홈경기에서 5경기 만에 안타를 생산했고, 하루 휴식을 취한 뒤 출전한 이 날 양키스전에서 열흘 만에 대포를 쏘아 올렸다.

박병호는 1-0으로 앞선 4회 2사 3루에서 양키스 선발 마이클 피네다의 초구 154㎞(96마일) 패스트볼을 공략해 우중간 펜스를 넘기는 투런 아치를 그렸다.

비거리는 122m(401피트)로 측정됐다.

6회 1사 3루에서는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쳐 타점도 올린 박병호는 이날 경기를 3타수 1안타(1홈런) 3타점 1득점으로 마쳤다.

박병호가 3타점을 기록한 것은 연타석 홈런을 친 지난달 14일에 이어 메이저리그 진출 이래 두 번째다.

그동안 박병호는 타점을 올리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만큼 득점권 찬스에서 약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특히 이날 홈런은 빠른 공을 상대로 나왔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

박병호는 KBO리그에서 시속 150㎞ 이상의 패스트볼을 많이 경험해보지 못한 탓인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강속구에 유독 고전했다.

전날 경기까지 시속 150㎞ 이상의 강속구를 상대로 한 타율은 0.096에 그쳤다.

박병호는 강속구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타격폼을 여러 번 바꿨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더욱 수렁에 빠졌다가 마침내 다시 자신의 재능을 뽐냈다.

메이저리그 소식을 다루는 MLB닷컴도 박병호의 이날 홈런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MLB닷컴은 "올 시즌 박병호의 득점권 상황 49타수에서 나온 6번째 안타"라며 "특히 박병호가 올 시즌 시속 95마일(153㎞) 이상의 공을 받아쳐서 안타를 만들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타율이 0.206으로 오른 박병호는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는 규정 타석을 채운 메이저리그 171명의 타자 가운데 타율이 167위에 머물고 있다.

박병호는 한국 야구의 자존심 같은 선수다.

그는 2014년 52홈런, 2015년 53홈런으로 2년 연속 홈런 50개를 넘겼다. KBO리그 최초다. 지난해 시즌 타율은 0.343에 달했다.

미국 야구계는 올 시즌을 앞두고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되자 이 같은 KBO리그 기록을 소개하며 '비디오 게임에서나 나올 것 같은 수치'라고 놀라워했다.

그 놀라움에는 과연 박병호의 실력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지에 대한 의구심도 포함돼 있었다.

박병호가 자존심을 구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슬럼프에 시달리던 선수들은 확실한 반전의 계기만 있으면 부진을 곧잘 떨쳐내기도 한다.

박병호가 앞으로 어떤 활약을 펼칠지 많은 관심이 쏠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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