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는 사전적 의미로 정규 과정 이외의 시간에 자율성'다양성'개방성이 확대된 혁신적 교육체제를 표방하며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교육체제를 의미한다. 하지만 수능 중심의 입시 대비가 주를 이루고 있는 고교 현실에서 방과후학교의 역할은 정규 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답습하는 교과 위주의 학습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방과후학교는 사교육과 필연적으로 경쟁을 할 수밖에 없어 일부 학생들은 방과후학교보다는 사교육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대학입시가 수시 중심으로 바뀌고 학생들의 다양한 학문적 역량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학교가 제공하는 수업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교육과정 변화가 출발점이다. 학교들이 학생들의 진로를 고려한 다양성 있는 교육과정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대한 탐색과정을 교과에서 찾을 수 있게 하는 긍정적 효과를 보여 주었다. 이에 맞춰 방과후학교 역시 교과를 통해 고민한 자신의 진로를 더욱 심화시키거나 확장시킬 수 있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대입 체제 변화 추세에 맞춰 교육과정과 방과후학교 변화를 가장 발 빠르게 진행하고 있는 건 역시 특목고, 자사고 등이다. 이들 학교 선호도가 꾸준히 올라가는 것은 변화하는 대학입시에 대한 대응력을 그만큼 높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반고 중에도 변화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학교가 조금씩 늘고 있는데 이들 학교 역시 선호도가 높아지는 걸 알 수 있다. 이제는 학생, 학부모들이 단순히 과거의 입시 실적이 아니라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과정과 방과후학교의 내용, 그에 따른 대입 경쟁력을 토대로 학교를 선택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필자가 일반고 컨설팅을 가서 살펴보면 일반고 교육력 강화사업 이후 학교들의 교육과정은 표면적으로 거의 비슷해졌다. 여기서 학교의 경쟁력을 보일 수 있는 부분이 방과후학교인데 학생들의 선택권 확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수요조사를 통해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개설하고 학생들이 수강할 과목을 직접 선택하게 하면 충분하다는 의미로 보인다.
하지만 학생들이 진학하려는 학과나 진로를 고려하지 않은 과목들이 개설되고 학생들도 어떤 과목을 수강해야 진학에 유리할지 생각하지 못한 채 즉흥적으로 선택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다 보니 방과후학교가 교과에서 보여주지 못한 자신의 학업역량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입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학교들의 공통점은 교육과정에서 찾을 수도 있지만 개별 학생들의 수준과 진로에 맞는 다양한 방과후학교 과목들을 개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규 과정에서 이루어지기 어려운 형태의 수업을 개설하고 이러한 수업들을 진행하는 방법 역시 정규 과정과 다른 형태로 운영하고 평가함으로써 학생들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방과후학교는 이제 학생들이 다양한 학문적 소양을 키울 수 있는 과목을 중심으로 개설돼야 한다. 수능에 대비한 기존의 교과 위주 보충수업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진로에 맞는 다양한 영역의 수업의 개설해야 하는 것이다. 방과후학교 활동 역시 학생부에 기재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업과 활동, 평가 방법의 변화는 대학에서 고교를 평가하는 또 다른 기준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학생들 입장에서도 정규 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기반으로 자신에게 맞는 다양한 영역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이수함으로써 자신의 학문적 다양성과 자율성, 역량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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