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전기술 비리 직원 '감싸기', 경찰 고소·고발보다 약한 진정

노조·초급 간부 금품수수 적발…대기발령 해놓고 수사의뢰

한국전력기술㈜(이하 한전기술)이 내부비리 감사를 통한 비리 적발 후 뒤이어진 경찰 수사 의뢰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일부 직원이 금품을 받았다는 사실을 적발해내고서 즉시 수사가 개시되는 고소·고발보다 한 단계 낮은 '진정'을 통해 경찰에 이 사실을 알린 것이다.

한전기술 감사실은 외부 업자의 제보에 따라 각종 교육'연수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노조 간부와 초급 간부가 금품을 받았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감사(본지 16일 자 7면 보도)를 벌였다.

감사실은 감사를 통해 노조 간부와 초급 간부가 약 800만원의 금품을 받은 정황을 확인하고 경찰수사 의뢰 의견과 함께 해임 요청 건의서를 냈다. 감사실의 감사통보에 따라 사측은 비리 혐의가 있는 직원을 대기 발령하고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과정에서 한전기술은 해당 직원들을 '고소'고발'하지 않고 '진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소'고발'을 하게 되면 경찰은 해당 사건을 바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이 경우, 대상자는 '피의자'가 되고 수사를 마치게 되면 '구속', '불구속기소', '무혐의' 등 수사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진정'을 하게 되면 경찰은 해당 사건을 '수사'가 아닌 '내사'를 하게 된다. '내사'는 종종 '내사종결'이란 형태로 경찰 내부에서 결론을 내리고 사건을 끝내게 된다. 고소보다 내사가 부담이 적은 셈이다. 당연히 고소사건에 비해 업무 처리 속도가 늦어지기도 한다.

한전기술 감사실이 내부직원의 비리혐의를 찾아냈고 사측이 이들에 대해 '대기발령'이란 인사상 조치를 했음에도 정작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때는 '고소'고발'이 아닌 '진정'을 한 것과 관련, 사건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전기술의 공식 해명을 듣기 위해 홍보실 측에 수차례 연락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한전기술 감사실의 감사결과에 따라 비리 혐의가 있는 직원을 경찰에 수사 의뢰한 부서장 A씨는 이 사건이 벌어질 당시 해당 부서의 팀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승진해 해당 부서장을 맡았고 이번 사건을 경찰서에 '진정'했다.

지난 4월 김천경찰서에 '진정'으로 들어온 한전기술 내부직원 비리 사건은 두 달이 지난 이달까지도 '내사'가 진행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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