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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비행 청소년" 고백한 주교님…천주교 마산교구장 배기현 주교 서품·착좌식서

사춘기때 흡연·가출, 정학 4번…신학교 간다니 사람들이 다 놀려

천주교 마산교구 제5대 교구장 배기현 주교가 지난 8일 경남 창원 마산체육관에서 열린 주교 서품
천주교 마산교구 제5대 교구장 배기현 주교가 지난 8일 경남 창원 마산체육관에서 열린 주교 서품'착좌식에서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일이 이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천주교 마산교구 제5대 교구장이 된 배기현(63) 콘스탄틴 주교가 지난 8일 경남창원 마산체육관에서 열린 주교 서품'착좌식에서 한 첫 인사말이다. 이날 식에 참석한 성직자, 수도자, 신자 등 3천여 명은 한꺼번에 폭소를 터뜨렸다.

배 주교는 중학생 때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고 결석은 일상이었다. 고교 시절에는 가출도 했다. 정학만 4번이나 당했다. 말썽꾸러기 수준을 넘어 비행 청소년이었다. 성당은 순전히 용돈을 받는 조건으로 나갔다는데 고등학교 1학년 때 세례를 받게 됐다. 고교 졸업 후에는 재수를 하며 방황했다.

어머니는 누구보다 아들을 걱정하며 기도했다. 어머니의 기도가 통했을까. 청년 배기현은 어느 날 문득 신학교에 가서 신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40여 년 전 신부가 되고 싶어 신학교에 간다니까 우리 동네 사람들이 대놓고 말은 안 해도 '쟤가 신부가 되면 개도 신부 되고 소도 신부 되겠다'고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신학교에 갔지만 여전히 통제되고 규칙적인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그는 1학년을 마치고 학교를 뛰쳐나오기까지 했다. 그는 신학교를 휴학하고 가장 힘든 특전사 공수부대를 지원했다. 낙하훈련 중 허리를 심하게 다쳐 지금까지 수술만 11차례 받았다. 그는 지금도 허리가 불편하다.

제대 후 그는 다시 신학교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때부터 삶이 확 달라졌다. 우여곡절을 겪고 12년 만에 겨우 신부가 됐다. 당시 배 주교의 사제 서품 소식은 본당 신자들은 물론 지역에서도 화제가 됐다.

배 주교는 "30년이 넘는 사제 생활 동안에도 하느님 앞에 똑바로 서기가 그렇게 힘이 들었다"며 "이렇게 커다란 부끄러움을 안고 살아온 이 사람을 하느님께서 내치지 않으시고 가여운 마음으로 손을 잡아주셨다"고 자신을 낮췄다. 그는 "하느님께서 자비를 베푸셨으니 여러분도 저를 하느님 마음처럼 용서해 주고 기도해 주시길 간절히 청한다"고 말했다.

배 주교는 "방황을 참 많이 했지만 끝내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힘은 어머니가 나를 믿고 쏟아주신 사랑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두 다 '저놈은 안될 놈이고 희망이 없다'고 했지만 사랑은 결국 사랑이 없는 곳에 희망을 거는 것"이라며 "그래서 제가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배 주교는 "부모님들이 결코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우리 관점에서는 틀려먹어도 하느님의 눈으로는 언제든지 다른 쪽이 있으니깐 끝까지 사랑하다 보면 길을 열어 주신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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