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서산단 최악 불경기, 인근 식당가까지 덮쳐

직원들 주머니 홀쭉 외식 줄여…한우 식육식당·횟집 파리 날려

"요즘 장사 어떠냐고요? 말도 마이소. 다른 동네로 이사라도 가든지 아예 업종을 바꿔야 하나 싶습니더."

지난 16일 오후에 찾은 대구 달서구 호림동 모다아울렛 인근 식당가는 저녁 시간인데도 한산했다. 고깃집과 횟집, 가요주점 등이 즐비한 이곳은 성서산업단지 입주기업 직원들이 회식하거나 고객을 접대할 때 주로 찾는 장소다. 특히 목, 금요일이면 인근에 쇼핑하러 온 손님과 기업을 방문한 바이어들까지 몰려 꽤 북적이던 곳이다.

그러나 최근 2, 3년 새 이곳 분위기는 예전만 못하다. 근처에 위치한 자동차, 전자부품, 섬유 기업 등이 대부분 매출 하락을 겪고 있어서다. 직원들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니 자연히 외식이나 쇼핑을 나오는 사람도 대폭 줄었다.

이날 한 돼지갈비 전문점은 20여 개 테이블 가운데 손님이 식사 중인 곳이 단 네 테이블에 그쳤다. 이마저도 대부분이 1시간이 채 안 걸리는 간단한 식사 수준이었고, 술을 마시더라도 반주 삼아 소주 또는 맥주 1, 2병 정도를 주문하는 데 그쳤다. 홀서빙 직원이 따로 없이 업주가 음식을 날랐고, 주방 직원들은 여유롭게 음식을 준비했다.

같은 시간 한우 식육식당과 횟집도 사정은 비슷했다. 그나마 돼지갈비 전문점, 콩나물국밥, 복어전문점의 경우 비교적 저렴한 정식 메뉴 덕분에 저녁식사 손님을 소수나마 확보한 편이었다.

한 한우 전문 음식점 업주는 "경기가 나쁘다 나쁘다 해도 이만큼 나쁜 적은 없었다. 평일 낮에든 밤에든 직원 회식을 하는 손님이 크게 줄었고, 가끔 오는 손님도 우리 가게보다는 회사 근처 막걸리 집에서 회식하는 빈도가 늘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한 식당은 단골손님이 많은 한 기업이 달성군 테크노폴리스에 옮겨가자 그곳으로 따라갔다. 성서산단의 경기가 살아나기를 기다리느니 신규 기업이 몰려드는 곳에서 다시 시작하려는 듯했다"고 말했다.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성서산단 입주기업의 가동률은 71.16%로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가 심각했던 2008년 4분기의 63.84%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산단 입주기업 전체 생산액도 지난해 4분기 4조5천350억원의 92% 수준인 4조1천910억원에 불과했고, 같은 기간 수출은 9억9천300만달러에서 8억6천800만달러로 13%가량 줄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비단 성서산단만의 일이 아니다. 제3산단, 서대구산단, 검단산단 등 대구 전역의 대다수 기업이 불경기를 겪는 가운데 지역 외식 업계에는 기업 퇴사 후 살길을 찾고자 창업하는 이들이 늘었다. 외식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1990년대 IMF 구제금융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대구시지회 조승황 경영지원부장은 "기존 외식 업체들의 매출이 줄어드는데 창업하는 사람만 늘다 보니 업계 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대구 외식 업체 매출이 30% 이상 줄었고 폐업하는 외식 업체도 전체의 30~35% 수준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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