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전격 인하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당장 은행들은 예금금리를 1% 안팎으로 조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예금'채권과 같은 안전 자산 일변도에서 벗어나 주식'부동산 등 위험 자산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바람직하고 입을 모은다.
◆기준금리 1.25%, 정기예금은 잊어라
사상 초저금리(1.25%) 시대가 도래하면서 은행들이 줄줄이 예금(수신)금리를 중심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시중은행이 예'적금금리를 내렸고 이어 지방은행들도 금리 인하 움직임에 동참했다.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도 수신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은행들의 1년 만기 상품 금리도 1% 초반까지 '뚝뚝' 떨어지고 있다.
증권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단기 상품 금리가 평균 연 1%대로 낮아지면서 이자'배당세 15.4%를 떼고 나면 세후 금리는 연 0.9% 정도에 불과하다. 사실상 제로금리에 도달한 셈이다.
앞으로 국내 경제는 저성장'저금리 국면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 분명하므로 예전 같은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기준금리 1.25% 상황에서는 원금을 두 배 늘리려면 대략 50년 이상이 걸린다. 과거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원금 두 배 기간은 대략 5~7년. 이 정도가 되려면 금리는 최소 10% 이상 되어야 한다.
따라서 초저금리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해야 한다. 특히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금 보장'만 추구해서는 견디기 힘들다. 좀 더 나은 상품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한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일본 경제가 20년 장기 불황에 버틸 수 있었던 공공연한 비밀 중의 하나가 바로 해외 자산에서 얻은 막대한 수익 때문이다.
삼성증권 최대희 차장은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절세나 수수료가 낮은 상품, 중위험'중수익을 위한 채권 혼합형이나 자산 배분형 상품에서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투자 방망이 짧게, 공모주 등 단기 투자 상품
예금에서 벗어나 '투자 방망이'를 짧게 쥐는 자세도 필요하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유망 금융투자 상품을 사고파는 전략이 필요하다. 올 하반기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등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인 만큼 6개월~1년 단위의 단기 투자 상품 위주로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대표적인 단기 투자처로는 공모주 펀드가 있다. 공모주 펀드는 손쉽게 공모주에 투자할 수 있고, 채권 비중이 70% 수준(공모주 10~30%)으로 높아 다른 펀드보다 안정적이다. 수익률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단기 국공채 펀드나 물가채를 포트폴리오에 넣는 것도 괜찮다.
신한금융투자 정연준 차장은 "하반기 대어급 기업공개(IPO)가 몰려 있어 공모주 펀드에 투자하기 좋은 상황이다. 수익률을 더 높이려면 회사채 등 채권을 투자 대상에 포함시킨 하이일드 공모주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좋다"고 설명했다.
CEO연구원 고건영 팀장은 "채권 기대수익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져 앞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자산 배분 전략이 효과적이다. 상장기업에 대한 배당 확대 정책이 이어져 국내 배당주 펀드도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투자 전략이다"고 했다.
최근 안전성을 강화해 출시되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도 채권형 펀드 대체재로 꼽힌다. NH투자증권이 출시하는 '안전지지대' ELS는 1년 안에 조기 상환되지 않으면 녹인(손실 구간 진입)이 발생하지 않는 한 연 3% 수익을 지급한다.
◆'절세' 개인퇴직연금(IRP)이 대세
'절세'의 중요성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은 올봄 연말 정산으로 인한 세금 환급 문제를 겪은 직장인들이 반드시 가입해야 할 상품 중 하나가 됐다. 적립 개인퇴직연금과 연금저축계좌는 연 700만원까지 13.2%의 세액공제 혜택을 적용받아 연간 최대 92만4천원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하이투자증권 등 각 금융기관들은 IRP에 가입하거나 타사 연금저축계좌를 이전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권 등을 지급하는 이벤트도 아울러 진행하고 있다. 상품으로는 채권형, 채권혼합형(국내'해외), 주식형(국내'해외) IRP 등 다양한 펀드가 있기 때문에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적합한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기준금리 인하로 안전자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그동안 등한시해 온 배당주에 눈을 돌릴 필요도 있다. 정부의 배당에 대한 우대 정책으로 앞으로 배당주에 대한 관심은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여서다.
특히 초보 투자자들에게는 꼭 필요한 투자법이다. 주식시장이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가운데 배당주 펀드는 '배당'이라는 안전판이 있기 때문에 주가 하락 시 타 펀드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라면 구조조정 기업 등 부실채권(NPL)에 투자하는 방법도 나쁘지만은 않다. 다만, 리스크가 높은 만큼 투자법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하이투자증권 손준호 차장은 "최근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개인 투자자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갈수록 투자 호흡이 짧아지고 즉흥적 투자 성향을 띤다는 것이다. 저금리 저성장 저물가 고령화 시대의 투자는 올바른 방향으로 느긋하게 천천히 투자하는 것이다. 성급하게 빨리 투자하는 것이 목표 지점에 일찍 도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멀리 둘러가는 투자가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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