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돌파구 없는 남북 대결 구도, 해법은 없나?

동국대(학사
동국대(학사'석사'박사) 졸업. 현 한국국제정치학회 북한통일분과위원회 위원장. 현 북한연구학회 이사. 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

김정은 "핵 고도화" 박근혜 "대북 압박"

조만간 남북 관계 개선 기대하기 어려워

南'北, 베이징서 동북아시아협력대화

북핵 문제 풀기 위한 '대화의 창' 열리길

남북 관계 경색이 구조화하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김정은 체제를 압박 일변도로 몰아가고 있고, 김정은 체제는 박근혜정부에 끌려가지 않고 핵 고도화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현 정부 임기 내내 남북 관계는 강대강(强對强)의 대결 구도를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체제는 7차 노동당대회에서 핵보유를 명시하는 가운데 '경제 핵무력 병진 노선'을 재확인했다.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며 비핵화 의지가 없음을 명확히 선언한 것이다. 기술적으로도 '핵무기 소형화'경량화' '자위적 핵무력 질량적 강화'를 언급하며 핵능력 고도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당분간 김정은 체제는 새로운 핵실험보다는 핵무기 투발 수단의 다양화를 목표로 할 것이다. '무수단급'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의 실험을 간헐적으로 할 것으로 보인다. 핵무기 고도화에 집중하면서 남북 관계는 대화보다는 강경 정책에 집중할 것이다. 당분간 군사회담 제안 정도의 생색내기 수준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정부도 대북 강경 압박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김정은 체제가 취약해지고 있으며, 강력한 압박만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라 판단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앙골라에서부터 프랑스까지 가서 대북 압박 정책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대북 정책 모두를 압박에 맞추고 있는 박 대통령은 임기 내내 자신의 레임덕을 막는 수단으로 남북 관계를 안보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다. 특히 여소야대 20대 국회의 출현은 박 대통령을 안보 프레임에 보다 기대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최소한 올해, 나아가 박 대통령 임기 내 남북 관계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남북 당국 간 불신의 골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어지고 있다. 최소한의 당국 간 대화 라이프라인조차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남북 당국 차원에서는 강대강 대결 구도의 남북 관계 상황을 변화시킬 동력을 찾기 어렵다.

남북 관계는 북핵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돌파구가 마련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바마정부는 미국 대선에 완전히 발이 묶여 있어 북핵 문제는 상당 기간 관심권 밖에 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

중국 역시 남사군도 문제를 두고 미국과 각을 세운 채 북핵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어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움직이지 않으면 자국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미'중이 움직이지 않는 가운데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동력이 생기기 어렵다면, 남북 관계 개선은 당분간 어렵다고 봐야 한다.

이 시점에 6자회담 당사국이 참여하는 가운데 오늘부터 23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리는 반관'반민(1.5트랙) 성격의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를 주목한다. 북한은 7차 당대회 이후 대화 공세를 펼치며 외교적 고립 탈피를 시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6자회담 차석대표인 최선희 외무성 미국 담당 부국장을 참석시킨다. 최근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외무상으로 승진해 그가 맡고 있던 6자회담 수석대표의 바통을 누가 이어받을지 관심이 쏠리는 상황에서 최 부국장의 참석은 주목거리다. 미국에서는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참석하며, 중국에서도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내보낼 가능성이 크다. 미니 6자회담 개최라 할 정도의 인사들이 참석하는 회의다.

동북아시아협력대화를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북핵 문제와 관련한 모처럼의 대화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당장 성과를 거두긴 어렵다 해도 대화의 모멘텀이 싹트는 회의이길 기대한다.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북한과 미'중 등 국제사회와의 대화가 시작되면, 남북 관계도 대화 분위기로 점차 전환될 수 있다. 동북아시아협력대화가 충분한 대화 속에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통로를 열고, 남북 대화의 창을 여는 전환점이길 바란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