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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상상력과 꿈의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

박소영.
박소영.

대부분 무료인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에서 1만원이 넘는 비싼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장사진을 이루는 전시가 있다. 그 예로 2013년에 열렸던 팀 버튼 전시와 현재 열리고 있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전시를 들 수 있다. 와 같은 영화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팀 버튼의 고딕풍 세계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과 공통점이 많다. 그것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들이 전개하는 기상천외한 세계, 그리고 간단한 스케치에서부터 출발해 복합적인 작품을 구상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이라 하겠다. 비가시적이고 비물질적인 창조 아디이어가 구체화되는 첫 번째 단계가 스케치이다.

이번 전시는 시리즈로 우리에게 친숙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지난 20년간의 작업세계를 조망하고 있다. '스케치에서 스크린'이라는 부제에서 나타나듯이, 아이디어가 스케치로 옮겨지고 여러 분야와의 협업을 거쳐 마법처럼 한 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로 탄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는 '캐릭터' '스토리' '월드' 3개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드림웍스가 창조한 캐릭터들은 인물이 가진 전형적인 특징을 비틀고 희화화한 점에서 전 세계 관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 예로 에서 마침내 마법에서 풀려난 피오나 공주는 동화에 익숙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고 뚱뚱하고 못생겼지만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역경을 극복하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통해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고 고대 신화와 세계 각국의 전설에서 나온 인물들이 드림웍스 월드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한 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매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을 한다. 캐릭터의 콘셉트를 결정하기 위해서도 드로잉과 클레이로 제작한 조각에 이어, 캐릭터들의 자연스러운 모션을 위해 제작자들이 직접 동작들을 재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이디어 제시와 발상을 유도하는 회의인 브레인스토밍을 거쳐 수천 장의 스토리보드가 만들어지고, 피칭 영상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이번 전시에서 관람자들은 소프트웨어존에서 직접 자신이 만든 동작과 스토리를 전개하는 체험도 하게 된다.

이 전시를 기획한 호주 영상센터의 수석 큐레이터는 기술적인 측면보다 상상력과 꿈의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에 무게를 둔 점을 강조한다. 상상력을 현실로 구체화시키는 과정은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큰 영감과 감동을 준다. 나는 지금도 유년기에 봤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들로부터 받았던 감동을 기억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광인 아버지와 함께 봤던 에서 붉은 배경 앞에서 마술 모자를 쓴 미키마우스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지휘자 스토코프스키가 정중하게 악수하는 실루엣 장면은 내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행복한 한순간으로 각인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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