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Q:국민 0.17%만 즐기는 '멸종' 위기 취미는?

학생들이 '신제품'을 사려고 아침부터 대도시 우체국에 들이닥친다. 인파를 정리하려고 경찰이 출동한다. 물건을 사려다가 학교에 지각하는 청소년이 쏟아지고 사재기 '과열'을 진정시킬 다각도 대책까지 거론된다.

1979년 한 일간지에 실린 기사다. 요즘으로 치면 희귀 장난감이나 한정판 의류 사모으기 열풍 같은 현상이지만 당시 이 화제의 제품은 편지에 붙이는 손톱만 한 쪽지. 우표였다.

가장 오래된 정보통신 관련 취미인 우표 수집은 1960~1970년대 국내에서 이처럼 인기가 뜨거웠지만, 현재는 '멸종'을 걱정해야 할 희귀 즐길 거리가 됐다.

20일 우정사업본부의 '우취 보급' 통계에 따르면 우취인구(우표 수집을 취미로 하는 사람)는 2005년 16만1천913명이었다가 2007년 14만5천584명, 2012년 10만3천671명, 작년에는 8만8천959명으로 줄었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 5천100만여 명 중 우표 수집을 즐기는 이가 작년 기준으로 약 0.17%에 불과한 것이다. 국내의 우표 애호 단체에 회원으로 이름을 걸어놓은 이들을 합산한 수치다.

기념우표의 판매량도 내리막이 가파르다. 2001년에는 기념우표 7만5천109개가 팔렸지만 2010년에는 3만4천914개로 판매량이 절반 이상 줄었고 작년에는 1만7천165개로 또 수치가 반 토막이 됐다.

우표 수집의 쇠락은 휴대전화'이메일'메신저'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디지털 통신의 발달이 직접적 원인이다. 편지를 써야 할 수요 자체가 크게 줄었다.

정부가 초'중'고교에서 우표 수집 활동을 지원하고 관련 박람회를 열지만, 젊은 세대가 우표를 '유물'로 보는 이상 취미 인구가 늘어나기 어렵다는 것이 우표 애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우취연합의 김삼원 사무국장은 "우표는 한 나라의 정치'경제'사회'디자인 등을 알 수 있는 집합체로 우표를 모으면 역사를 보는 따뜻한 감수성도 길러진다. 이런 취미가 사라지는 것은 문화적 손실인 만큼 시중에서 우표 사용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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