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인 1996년 1월 18일, 대구 달성군 위천 강가에서 희한한 사건이 일어났다. 부산 지역 환경단체 회원들이 상복을 입고는 관을 메고 등장한 것이다. 당시 대구시가 추진하는 위천국가산업단지를 반대하는 의미에서 낙동강 물을 담아 관 속에 묻는 '모의 영결식' 퍼포먼스였다.
그해 8월 16일에도 부산 환경단체 회원 70여 명이 대구시청 주차장에서 위천단지 백지화를 요구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부산 시민'환경단체는 위천단지 조성이 낙동강 수질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격렬하게 반대 투쟁을 벌였고, 결국 위천단지 조성은 무산됐다.
맑은 물을 먹고 싶다는 부산 사람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다른 도시까지 원정 시위를 마다하지 않는 그 대범함은 정말 대단해 보였다. '부산 갈매기'를 열창하는 뜨거운 기질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만약 대구 사람이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면 부산까지 시위를 갈 수 있었을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체면과 명분을 중시하고 행동력이 다소 떨어지는 대구 사람의 기질에 비춰 극단적인 투쟁은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대구와 부산은 같은 경상도이지만, 기질에 차이를 보인다. 대구 사람은 내륙의 폐쇄적인 문화에 문관(文官) 기질이 강하지만, 부산 사람은 역동적인 해양 문화에 실질적이고 대담한 무관(武官) 기질이 강하다. 부산 사람은 대구 사람에 비해 새로움에 대한 수용력과 경제관념이 훨씬 뛰어나다. 그 수용력과 경제관념은 조선 때의 왜관(倭館), 일제강점기의 근대적인 항구에서 교역을 통해 자연스레 형성된 것이다.
지금까지 대구와 부산은 경제적인 문제를 놓고 여러 차례 대립과 갈등을 빚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1990년대 초반 삼성자동차 유치였다. 삼성자동차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고향에 주는 선물'로 추진했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부산으로 가져갔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언제나 부산의 압승이었다.
요즘 대구와 부산은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를 놓고 20년 만에 대립하는 분위기다. 대구가 후보지로 미는 밀양은 경남 지역인데도, 정권을 쥐고 있다는 이유로 부산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부산은 가덕도 유치를 위해 촛불집회, 시위. 삭발, 농성 등 강경 투쟁을 계속했다. 이번 주에 있을 정부의 용역 결과 발표에 따라 후보지가 결정되겠지만, 명분과 경제성을 볼 때 이번만큼은 부산의 공세가 더는 먹히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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