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약 양귀비'로 꽃길 조성한 안동시

체전 앞 강변도로 4천본 조성…주민 신고, 국과수 양성 판정 두달만에 수거·폐기

안동시가 도민체전을 준비하면서 강변도로 일대에 '마약 양귀비'로 꽃길을 조성했다가, 이를 발견한 주민의 신고로 두 달여 만에 부랴부랴 수거한 뒤 폐기처분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게다가 경찰은 신고를 받고 현장에서 양귀비를 수거, 성분분석을 한 결과 '마약 양귀비'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벌조차 하지 않아 '공무원은 한통속'이란 논란을불러일으키고 있다.

안동시는 지난 3월 14일 강변도로를 따라 3곳에 양귀비 4천여 본으로 꽃길을 만들었다. 이곳에 심은 양귀비는 안동농업기술센터가 지난해 11월 직접 파종'재배한 1만여 본 가운데 일부를 어린 모종 형태로 받아 심었다.

이 양귀비는 경북도민체육대회가 끝난 지난달 16일, 이곳을 지나던 한 주민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마약 양귀비'로 드러났다. 꽃길 조성 두 달여 동안 관상용 양귀비가 아닌 마약 성분이 함유된 양귀비가 주민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다.

안동 경찰은 17일 강변에 심어진 양귀비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마약성분 양성 판정을 받았다. 안동시는 경찰 통보를 받은 뒤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부랴부랴 인부를 동원, 마약 양귀비 3천844본을 모두 수거해 폐기처분했다.

특히 안동농업기술센터는 지난해 11월 1만여 본의 양귀비를 재배하면서 구입한 씨앗에 대한 출처를 분명하게 밝히지 못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센터 측은 '인근 동네에서 주웠다' '어느 방문자가 전달했다'고 오락가락하는 등 씨앗 출처에 대해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센터는 당초 1만여 본을 재배했지만, 4천여 본을 꽃길 조성에 공급하고 남은 6천여 본에 대해서는 '재배과정에서 얼어 죽었다' '말라 죽었다'고 말을 계속 바꾸는 등 정확한 업무처리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경찰은 50본 이상 양귀비를 재배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처벌 규정을 무시한 채, 씨앗의 출처와 양귀비 재배본 수, 양귀비 사용처 등에 대한 조사는 물론 관계자 처벌조차 없이 덮어버렸다.

원예전문가 A씨는 "관상용 양귀비는 대와 잎이 톱니 모양으로 거칠고 잔가시가 돋아 있어 어릴 때도 구분할 수 있는데 이를 구별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곧 양귀비의 꼬투리(씨앗 주머니)가 터질 시기인데 번식성이 좋아 신고가 더 늦었다면 주변으로 퍼졌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동시는 "51만 본의 꽃을 재배해 공급하다 보니 바쁘기도 했고 너무 어린 모종을 출하해서 구별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죄송하고 다음부터 출처가 불명확한 씨앗은 절대 재배하지 않겠다"고 해명했다.

안동경찰서 관계자는 "수사는 진행했지만 조사과정에서 밝혀지는 것이 없고 재배에 고의성이 없어서 처벌하지 않았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