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식품업계를 강타한 허니버터의 뒤를 올해는 바나나맛이 이을 전망이다. 1분기 출시한 '오리온 초코파이 정(情) 바나나'를 시작으로 파이류, 막걸리, 소주, 아이스크림, 주스 등 다양한 종류의 바나나맛 식품이 속속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바나나맛 가공 식품이 많지 않았던 데다 바나나의 달고 부드러운 맛이 소비자들의 호기심과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나나맛 식품의 시작, '환갑'맞이 새 단장한 초코파이
바나나맛 열풍의 포문은 3월 오리온 초코파이 정 바나나가 열었다. 1956년 설립해 올해 60돌을 맞은 오리온이 1974년 4월 초코파이를 출시한 이후 42년 만에 처음으로 자매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초코파이는 1970년대 초 식품공업협회(현 식품산업협회) 주관으로 선진국 순회 방문에 나섰던 오리온 연구소 직원들이 미국 한 카페테리아에서 초콜릿 코팅 과자를 맛본 뒤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제품이다. 온 국민에게 익숙한 초코파이가 맛에 큰 변화를 준 것은 처음이다 보니 한동안 SNS에서는 '초코파이 바나나맛 한 번 먹어 봤으면 좋겠다'는 애교 섞인 푸념이 넘쳐났다.
오리온은 새로운 맛 연구에만 꼬박 3년이 걸렸다고 했다. 초코파이의 핵심인 초코맛과 가장 잘 어우러지는 다양한 맛을 접목해 봤다. 달콤하기로 소문난 각종 과일맛을 시도해 봤으나 특유의 새콤한 맛이 너무 부각됐다. 그러던 중 바나나맛이 눈에 띄었다. 오리온 관계자는 "새콤한 맛 없이 달콤한 바나나맛이 초코파이와 이질감 없이 어우러졌고, 특유의 크림과 같은 부드러운 맛이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운 마시멜로의 식감을 더욱 살려 줬다"고 설명했다.
열풍은 열풍이었다. 초코파이 정 바나나는 판매 3주 만인 3월 31일 1천만 개가 판매됐다.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이 사먹은 셈이며 매출액으로는 30억원에 달한다.
보통 신제품이 출시되면 기존 제품의 판매량이 주춤하지만 초코파이는 오히려 기존 제품과 비교해 맛보려는 소비자들 덕을 많이 봤다. 4월 한 달간 초코파이 오리지널을 포함한 전체 판매량이 5천만 개(오리지널 3천만 개, 바나나맛 2천만 개)를 넘어섰고, 초코파이 브랜드 출시 사상 최대 월매출인 1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67% 성장한 것이다.
◆열대과일 바나나 인기에 올여름 식품업계는 바나나맛 앓이 중
롯데제과도 비슷한 시기인 3월 10일 '몽쉘 초코&바나나'를, 해태제과는 지난달 13일 '오예스 바나나'를 내놨다. 특히 초코파이 정 바나나와 비슷한 시기 출시한 롯데제과의 '몽쉘 초코&바나나'는 출시 1개월 만에 1천500만 개가 판매되면서 몽쉘 전체 매출을 45%나 올려놨다.
롯데제과는 몽쉘에 이어 지난달 24일 '쫀득쫀득 말랑카우 바나나바' '설레임 바나나쉐이크' '월드콘 바나나' 등 바나나맛 아이스크림 3종을 내놓기도 했다. 아울러 카스타드와 말랑카우, 칸쵸, 감자칩의 바나나맛 제품도 각각 내놨다.
국순당도 지난 4월 8일 2년에 걸쳐 개발한 바나나맛 막걸리 제품 '쌀 바나나'를 전 세계에 동시 출시했다. 전통주 제조 기법으로 빚은 술과 바나나 퓨레를 접목한 것으로, 탄산의 청량감과 바나나의 달콤함이 어우러져 부드럽고 순한 풍미를 낸다. 금복주도 4월 25일 소주 업계 최초로 '상콤달콤 순한참 모히또 바나나'를 출시했다. 소주를 베이스로 애플민트와 바나나 첨가물을 넣은 소주형 모히또다.
연이어 출시한 바나나맛 식품이 인기를 끄는 현상에 대해 오리온 홍보담당은 "소비자는 늘 새로운 맛을 찾는다. 그러나 소비자 입맛은 동시에 보수적이기도 해서, 익숙한 맛을 새롭게 내놓았을 때 그 효과가 가장 크다"며 "소비자들은 이미 바나나맛 우유나 과자 등으로 바나나맛에 익숙하지만 바나나맛 가공식품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인기가 급격히 높아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974년 출시한 바나나맛 음식의 원조 격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도 최근 판매량이 늘었다. 바나나 열풍으로 인기가 오른 데다 용기에 상품명에서 자음을 뺀 'ㅏㅏㅏ맛우유'라고 인쇄해 소비자가 직접 메시지를 채울 수 있도록 한 것이 주효했다. SNS에서는 '반해라맛우유' '감자탕맛우유' '사랑해맛우유'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입은 바나나맛 우유 사진이 넘쳐나고 있다.
바나나는 롯데마트에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연속 과일 매출 1위를 차지했을 만큼 국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과일로 꼽힌다. 원래 과일이 인기가 많아 현재 바나나맛 제품들도 인기가 많다는 것이 업계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인기는 여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동아백화점 식품관 김재원 팀장은 "바나나맛 상품의 매출이 출시 이후 매월 30~35% 이상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곧 비수기 시즌인 여름이지만 그 인기는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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