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되풀이되는 '지역票 겨냥' 국책사업…대선에 또?

경남 밀양이냐 가덕도냐를 놓고 극한 대립을 치닫던 영남 신공항 후보지 논란이 '김해 신공항' 추진 결론으로 최악의 분란은 막았지만 망국적인 지역갈등 후유증을 남겼다.

대형 국책사업들이 국론 분열의 뇌관으로 장착됐던 것은 이번 만이 아니다.

지역 갈등과 대립의 불씨는 대체로 지역 표심을 겨냥한 대선 공약들에서 지펴졌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대선에서도 후보들이 대형 지역개발 공약을 내걸고 집권 후 후퇴하는 모습을 되풀이 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선거 공약에서 대형 국책사업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22일 이번 신공항 문제에 대해 "이 모두가 선거를 앞두고 지역의 표를 의식한 선거공학 때문에 발생한 사안"이라며 "다시는 정부와 정치권이 지역간 갈등 구조를 유발하는 약속이나 선거공약을 지양할 시기가 됐다"고 공개적 경고음을 날린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실제로 그동안의 대선 후보들은 '지역표'를 의식해 특정 지역을 위한 국책사업 공약을 앞다퉈 내걸었다.

발언하는 김종인

발언하는 김종인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김해공항 확장 결정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1987년 대선에서 민정당 노태우 후보는 전북 전주 유세에서 "새만금 방조제 축조 사업을 임기내에 완성, 전북 발전의 새 기원을 이룩하겠다"고 공약했다.

호남 표심을 잡겠다는 선거용 카드였다. 그후에도 대선때마다 주요 후보들은 새만금을 대선 공약에 활용했다. 하지만 숱한 청사진 발표에도 30년이 되도록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이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은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과 민주통합당 후보였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등 여야 후보가 동시에 내건 공약이었다.

정부에서는 김해공항 확장이 결국 신공항이라며 공약이 무산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지역 주민이나 야권에서는 사실상 공약이 파기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2007년에는 한나라당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라는 거대한 국책사업 공약을 내걸었다. 이 공약 역시 집권 후 그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4대강 사업으로 변경됐다.

이 전 대통령의 또 다른 공약이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도시 건설 역시 집권 후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로 변경됐다. 당시 정부는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를 충청권에 두는 대신 세종시 행정부처 이전 백지화를 추진하려다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과 경쟁했던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한반도 5대 철도망(동해선·서해선·중부선·호남고속철도·수도권 급행철도) 구축 등 국책사업 공약을 내걸었다.

2002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했지만, 집권 후 2004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이 공약도 지켜지지 못했다.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대전과학기술수도 건설 등 거점도시를 기능별 수도로 지정하는 공약으로 맞선 바 있다.

이번 신공항 결정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났지만 내년 대선에서 다시 신공항 문제가 지역 이슈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장 대형 국책사업을 공약으로 내걸면 지역표를 대거 확보하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선거 때마다 유사한 성격의 공약이 되풀이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과거 사례에서 보듯 대부분의 국책사업 공약은 실천에 옮겨지지 못하고서 지역간 갈등이나 국론 분열만 일으키기 일쑤였다"며 "내년 대선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대권 주자들은 물론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이루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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