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가에서는 '먹방'이 대세인 것 같다. 다양한 각도의 카메라 앵글과 출연자들의 맛깔스러운 표현으로 시청자가 그 자리에서 냄새까지 맡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이런 프로그램은 기존엔 사람들이 배고플 주말 점심시간에 맞춰 방영됐는데, 요즘은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방영되는 걸로 봐선 꼭 때를 맞춰야 시청률이 높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얼마나 많은 정보를 생생하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가?' 하는 관점으로 승부를 보는 것 같다.
또한 이런 프로그램 덕인지는 몰라도 음식의 유래와 같은 다양한 정보도 많아졌다. 그런데 정말 알고 먹으면 더 맛이 있는 것일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여행을 다녀와서 별로 본 것도 재미있는 것도 없었다고 하지만 같은 곳을 다녀온 어떤 사람들은 본 곳도 많고 재미있는 것도 많았다고 한다면, 이들의 차이는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눈으로만 여행한 것과 달리 여행지의 문화, 즉 건축물과 관광지의 역사와 유래를 비롯해 숨어 있는 뒷이야기까지 체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고들 하지만 내 생각엔 사진보다 더 오래 남는 건 낯선 여행지에서의 색다른 경험이 아닐까 싶다. 낯선 언어, 낯선 건축물, 낯선 음식 등 모든 것이 낯선 것뿐이지만 그곳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다. '이들은 이렇게들 살고 있구나' 하는 열린 마음으로 다가간 여행지라면 사진보다도 훨씬 오래 남을, 아마도 평생 가슴속에 담겨 질 잊지 못할 추억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이처럼 나는 분명히 '그냥'과 '아는 것'의 차이는 '있는 것'과' 없는 것'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술도 알고 들으면 더 감동적이다. 예를 들면 러시아의 유명한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은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기를 담고 있다. 이 곡에서는 전쟁의 포화와 총탄, 죽음과 삶, 전투의 급박함을 악기 종류, 악상, 빠르기, 박자 등을 이용해 표현해 놓았다. 이제 이 곡이 전쟁의 모습을 담고 있는 음악이고 나폴레옹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앞으로 '1812년 서곡'을 들을 때면 어디선가 들리는 큰북 소리가 '대포 소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슬픈 음절이 연주되면 전쟁의 비화를, 시끄럽고 격정적인 부분에서는 격렬한 전투를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숨어 있는 내용을 알고 나면 비록 귀로만 들리던 음악일지라도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음악은 개인의 내면적 감정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영화처럼 역사적 장면을 담고 있기도 하다. 우선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표제음악, 그 제목에 담긴 이야기를 알아본다면 클래식 음악도 여느 박진감 넘치는 영화만큼 재밌고 쉽게 즐길 수 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