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을 '김해 신공항'이라며 우기고 있다. '김해공항 확장이 곧 신공항'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이후 김해 신공항 명칭 사용을 공식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작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한 정부가 억지 논리로 영남권 5개 시'도민들을 또다시 우롱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3일 "새누리당은 정부, 청와대와 혼연일체가 돼 성공적 김해 신공항 건설 준비에 총력을 다해 나가겠다"며 '김해 신공항' 명칭을 공식화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에서 "박근혜 대통령께서 어제 '김해 신공항' 건설이 국민의 축하 속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 말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같은 날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도 "정부가 미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얻은 최선의 결론인 만큼 이를 존중하고 수용해야 한다"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논의 끝에 '김해 신공항'이 확정됐다"고 언급했다.
여권 지도부의 이 같은 '김해 신공항' 명칭 사용은 "김해공항 확장은 사실상 신공항으로, 영남권 신공항이 김해공항 신공항이 되는 것"이라는 정부 입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정부는 3㎞ 이상 대형 활주로를 완전히 새로 짓는 만큼 신공항 건설이나 마찬가지라는 억지 논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을 속이는 일"이라는 질타가 빗발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김해 신공항이 아니라 김해공항 신활주로다. 이는 분명한 공약 파기"라며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서 왜 이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었는지 소상히 설명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도 "견강부회, 김해공항 확장을 신공항으로 포장하고 있다"며 "집을 리모델링하는 것과 새로 헐고 신축하는 것을 구분 못 하는 국민들이 있느냐"고 꼬집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김해공항이 신공항이다. 우리는 공약을 지켰다' 이걸 믿을 수 있는 국민이 어디 있겠냐"고 비판했다.
SNS 상에서도 "김해 신공항으로 공약을 지켰다"는 정부 주장이 몰매를 맞고 있다. '신축'과 '리모델링'은 엄연히 다른데 억지 논리로 대국민 사기극을 합리화하고 있다는 풍자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신공항 건설과 공항 확장은 엄연히 다르다 ▷리모델링한 건물을 신축이라고 내놓으면 사기죄가 된다 ▷수리한 중고도 신상? 한글 창조 중 등 정부 논리를 비판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교통 전문가들 역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억지 논리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정부 논리대로라면 1~4단계 확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인천공항 역시 인천 신공항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교통학적으로 어렵게 이야기할 필요 없이 단순한 어법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기혁 계명대학교 교통공학과 교수는 "신공항은 말 그대로 새로운 공항이다. 이미 이름이 있는 공항에 '신' 자를 넣을 이유가 없다. 세계적으로 그런 사례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며 " '밀양 신공항' '가덕 신공항'이라면 이야기가 되지만 '김해 신공항'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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