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에 '제 것 주고 뺨 맞는다'는 말이 있다. 남에게 잘 해주고 도리어 욕을 먹는다는 뜻이다.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과정을 보면 대구경북 사람들이 바로 그 꼴이다. 박근혜 정권을 세워주고 지켜줬더니 돌아온 것은 배신과 기만뿐이었다.
정부가 그렇게 홍보하는 김해공항 확장은 '가덕도 아니면 백지화'를 주장해온 부산의 입장을 세워준 것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 TK 지역인데도, 현 정권은 지역의 현안을 챙겨줄 생각이 전혀 없다. '집토끼'는 어떻게 해도 우리 편이니 '산토끼'를 잡는 것이 정권 운영에 유리하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현 정권은 대구경북 사람을 이용 대상으로 여길 뿐, 주체적인 인간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
대구경북 사람들은 '바보'라는 얘기를 들어도 마땅히 대꾸할 말을 찾기 어렵게 됐다. 자기 것 하나 챙기지 못하고 이용만 당하고 있으니 '불쌍하다'고 할지, '모자란다'고 할지 헷갈린다. 정권에 배신당하고 상처 입은 흑역사(黑歷史)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 TK 정권인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정권마다 계속 당해온 일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예외다. 그는 경부선 가도를 따라 중공업을 키우는 정책을 썼고, 경상도 지역이 큰 수혜를 받았다. 그 뒤의 정권은 대구경북에서 표를 쓸어갔지만, 자그마한 과실조차 내려주지 않았다. 전두환 정권은 5'18의 원죄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라도에 신경을 썼지, 대구경북 발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노태우 정권은 충청도 표를 잡기 위해 대전에 엑스포를 줬고, 막판에 대구에 삼성자동차 유치를 추진했다. 그것마저 김영삼 정권이 출범하면서 삼성자동차는 부산에 빼앗겼고, 대신에 삼성상용차를 받았다가 2000년에 퇴출됐다.
이명박 정권은 4대강에 총력을 쏟다가 2011년 신공항을 무산시켰고, 박근혜 정권은 다시 신공항을 백지화했다. 경제적인 측면만 볼 때 현 정권은 대구경북에 아무런 과실도 안겨주지 않은 최악의 정권이다. 그 결과물이 바로 참혹한 대구 경제다. 대기업 하나 없는 유일한 광역지자체이고 20년째 지역내 총생산(GRDP) 전국 꼴찌다.
요즘 세상에 정부가 민간 기업을 어느 지역으로 오라 가라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대형 국책사업은 대통령의 의지와 노력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한 문제다. 신공항 백지화를 보고 박 대통령에 대한 일말의 기대마저 버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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