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나서지 않는 지역 국회의원은 주민 대표가 될 수 없다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발표 이후 대구경북의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보여주는 행태는 과연 이들이 대구경북 국회의원이 맞는지 의심케 한다. 정부의 백지화 결정을 어떻게 규정하고 어떤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꿀 먹은 벙어리'이다. 지금까지 나온 가장 구체적인 행동이란 게 22일 대구 국회의원 일동 명의의 "김해공항 확장이 최적의 선택이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는 '면피성' 성명서뿐이다. 그것도 정부 용역 결과에 대한 개별 의견을 묻는 본지 기자의 취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낸 것이다.

가장 압권은 친박 좌장이며 차기 당권을 노리는 최경환 의원의 언행이다. 최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신공항 관련 5개 시'도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국제적인 전문 용역 업체에서 경제성과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며 "이것이 최적의 대안이란 결론이 났기 때문에 우리가 대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TK도 PK도 서운한 감정이 있는데 정치권이 자꾸 부추기면 안 된다"고도 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대승적'인가? 정부의 결정은 용역 업체가 실토했듯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 순수하게 경제성과 타당성에 입각한 결정이 아니란 것이다. 이는 정부 스스로 약속을 어긴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일관되게 신공항 부지 선정에 정치적 고려는 없다고 해왔다. 결국 백지화는 잘못된 결정일 수밖에 없다. 이를 군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대승적인가? 그것은 대승적이 아니라 잘못을 알고도 못 본 체하는 비겁함이다.

지역의 대표라면 정부 결정의 비합리성과 무책임성을 지적하고 비판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으며 왜 이런 결정이 내려졌는지 철저히 따져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필요하다면 정부 결정의 전 과정에 대한 국정조사나 청문회도 열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을 국회로 보내준 지역 주민에 대한 의무이다. 그것이 싫다면 지금이라도 국회의원 배지를 떼야 한다. 나서야 할 때 나서지 않는 지역 국회의원은 주민의 대표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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