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CHECK]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윤고은 지음/한겨레 출판 펴냄.

8편의 단편 소설을 묶은 작품집이다. 첫 번째 작품 '된장이 된'은 아버지가 15년 전에 빌려준 돈을, 아버지 대신 받아내기 위해 뛰어다니는 딸의 이야기다.

딸은 15년 전에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간 사람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아버지가 지금까지 채무자와 어떤 인간적 관계를 맺어왔는지 알게 된다.

채무해결 전문가를 고용해 채무자를 추적하던 딸은 돈을 받아낼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한다. 그녀는 채무자가 사는 빌라 반지하방 앞까지 찾아가지만 말없이 돌아선다.

비록 빌려준 돈을 받지 못했지만 딸은 아버지의 삶을, 채무자의 삶을, 자신의 삶을, 그리고 사람살이를 알게 된다.

윤고은의 이번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은 잔잔하지만 뭉클한 감동을 준다. '된장이 된' 외에도 자신이 살던 시대를 통째로 도둑맞은 채 새로운 시대에 살아남아야 하는 동명동인 박태원의 '다옥정 7번지', 생존배낭을 만드는 회사에 다니지만 회사에서 살아남는 게 더 큰 문제인 인물의 이야기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등은 모두 '살아남지 못한 자' 들의 이야기지만 어찌보면 '진실로 살아남은 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327쪽, 1만3천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