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교육청이 지난 9~23일 학습부진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초등학교 교사들을 위해 '사례중심 슈퍼비전'을 실시했다.
사례중심 슈퍼비전은 최근 학교 현장에서 심리적, 정서적 문제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증가함에 따라 마련된 자리다. 교사들은 단순히 공부 방법을 찾지 못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학교생활 전반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가진 문제의 원인을 파악한 계기가 됐다. 6월 한 달간 다섯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슈퍼비전은 문제 행동, 동기 저하, 정서 관련, ADHD, 또래 관계 등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각 슈퍼비전 시간에는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겪는 고충들을 발표한 뒤 전문가의 조언으로 이어졌고, 마지막으로 교사들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문제 행동
9일 처음으로 열린 슈퍼비전에는 '문제 행동'으로 학습부진을 겪는 학생들에 대한 올바른 지도 방안을 배우려는 교사들이 모였다.
교사들은 다른 친구들을 괴롭히는 등 피해를 줘 수업에까지 지장을 주는 학생들을 대하며 겪은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참가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문제 행동의 사례로 ▷피해를 주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학생 ▷피해를 받은 학생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 ▷흥미가 없는 특정 교과목에는 참여하기 싫어하는 학생을 꼽았다.
최선남 영남대 환경보건대학원 미술치료학과 교수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나올 수 있음을 강조했다.
최선남 교수는 "학생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계기만 줘도 감정의 정화가 일어나게 된다"며 "교사는 그 행동을 일으키는 학생이 자신의 내면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여유를 가지고 노력했으면 한다"고 했다.
◆동기 저하
14일 두 번째로 열린 슈퍼비전에 참여한 교사, 전문가는 학습에 의욕을 갖지 못하는 학생을 위한 해결책을 논의했다.
동기 저하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로는 ▷특정 과목 시간만 되면 친구에게 화를 내는 학생 ▷공부에 자신감이 없어 자존감까지 떨어진 학생 등이 사례로 나왔다.
박민수 계명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는 학습에 흥미가 없는 학생에게는 무엇보다 성취감과 긍정적인 태도를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꿈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상담기법 중 하나인 '기적 질문'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기적 질문은 학생이 잠을 자고 있다는 가정하에 천사가 나타나 모든 걱정과 고민을 다 해결해주는 상황을 상상해보게 하고, 잠에서 깨어났을 때 무엇이 변화되어 있을지 상상해 보게 하는 방법이다.
박민수 교수는 "'기적 질문'을 활용하면 학생들의 99% 정도는 자신의 꿈을 이야기한다. 다음 단계로 그런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이야기하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또 "학습에 대한 의욕, 동기가 떨어지는 데는 가족 등 다른 곳에서 생긴 원인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며 "부모님과의 상담을 통해 학생이 현재 받는 스트레스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정서 문제
16일 세 번째로 열린 슈퍼비전에는 정서 문제로 학습부진을 겪는 학생들을 논의하는 자리가 됐다. 조언을 위한 전문가로 김현진 경일대 심리치료학과 교수가 나섰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정서 문제로 분노조절, 불안장애 등을 이야기했다.
김현진 교수는 정서 문제를 겪는 학생들이 화가 났을 때 이를 자신이 인지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했다. 김 교수는 "불안장애를 가진 학생은 보통 긴장 등 직전에 나타나는 증상이 있다. 이 같은 증상이 확인됐을 때 불안에 떨지 않도록 학생으로 하여금 안정감을 느끼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또 "평소 화가 올라왔을 때 해도 되는 행동과 해서는 안 되는 행동에 대한 기준을 분명히 설정해 사전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밖에 ▷지적은 행동이 끝난 즉시, 수정이 가능한 행동에 대해 할 것 ▷상담 전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시간'장소적 고려, 내담자에 대한 파악을 강조했다.
◆ADHD
21일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를 주제로 열린 슈퍼비전에는 배진우 마인드앤헬스의원 원장이 전문가로 참석했다.
배진우 원장은 우선 ADHD의 원인과 핵심적인 증상을 설명했다. 배 원장은 "ADHD는 전두엽의 실행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며 지능과는 무관하다"며 "이들 학생들은 과잉행동, 집중력 부족, 충동성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 학급에서 흔히 보이는 특성으로 ▷자세가 안정되지 못하고 시선이 분산되고 ▷필체가 안정적이지 못하고 수리계산에서 실수가 많고 ▷비슷한 난이도의 과제에도 어떤 것은 잘하고 어떤 것은 못하는 등 기복이 심하다고 말했다.
이날 교사들은 주로 훈계를 할 때 말대꾸를 하고 과잉행동을 하는 학생에 대한 효과적인 지도 방법을 질문했다.
배진우 원장은 "교사들은 ADHD 학생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며, 학생들은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경향이 있다"며 "ADHD 학생은 사회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친구들과 공식적인 일을 같이해서 자존심을 높일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래 관계
23일 마지막 슈퍼비전 시간에는 '또래 관계'로 학습부진을 겪는 학생들의 교육 방안을 논의했다. 교사들은 친구들과 어울리기 어려운 학생의 또래 관계 개선을 위한 질문을 쏟아냈다.
전문가로 참석한 양지웅 계명대 교육대학원 청소년상담학과 교수는 "먼저 '친구들이 받아주지 않아 힘들겠구나'고 공감해준 뒤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학생 자신의 행동을 바라보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또 자존감이 높은 학생은 낮은 학생보다 안정감, 소속감, 목적의식 등이 높다고 강조하며 높은 자존감을 가진 학생은 ▷학교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느낌, 의견,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타인의 성취를 인정하는 특성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참가한 교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양지원 명덕초 교사는 "교과전담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주어야 할지 난감했다"며 "슈퍼비전을 통해 효율적인 교육 방법을 알게 된 계기가 돼 5회 모두 참석했다"고 했다.
서정하 대구시교육청 초등교육과장은 "학생들에게 기초학력을 정착시키는 것은 학교와 교육청의 책무이다"며 "이번 슈퍼비전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께 많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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