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대영제국의 몰락

18, 19세기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다. 세계 인구와 영토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초강대국이었다. 인도와 홍콩, 호주와 뉴질랜드, 아메리카 대륙에 이르기까지 영국령이 아닌 곳을 찾기가 힘들었다. 영국에서 해가 뜨면 식민지의 해가 지고, 해가 지면 식민지에 해가 떴으니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대영제국(Great Kingdom of Britain)이란 소리를 들을만했다.

영국이 처음부터 그리 강한 나라는 아니었다. 그레이트 브리튼 섬의 한 부분이었던 잉글랜드에다 웨일스(1284년)와 스코틀랜드(1707년), 아일랜드(1801년)가 더해지며 대영제국의 바탕을 일궜다.

하지만, 그까지였다. 2차 대전을 계기로 영국은 세계 최강대국 지위에서 밀려났다. 한때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의 지위를 가져갔다. 당시 영국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은 하나의 유럽을 통해 다시 제1국 지위를 회복하려 했다. 1946년 처칠은 "유럽 대륙이 평화'안전'자유 속에서 살 수 있도록 우리는 유럽 합중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래도 처칠은 하나의 유럽을 만들지는 못했다. 오히려 유럽은 1958년 프랑스를 중심으로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가 유럽경제공동체(ECC)를 구성하며 영국을 따돌렸다. 영국은 1973년에야 뒤늦게 ECC의 후신인 유럽공동체(EC)에 가입하며 유럽 공동체에의 꿈을 이뤘다. 하나의 유럽을 향한 처칠의 꿈에 한 걸음 다가선 것이다.

가까스로 하나를 이뤘던 유럽이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위기를 맞고 있다. 영국이 탈퇴를 결정하자 똑같이 이민 문제로 괴로워하는 다른 EU 국가들도 동요하고 있다. EU의 붕괴를 우려하는 소리까지 나온다. 프랑스 등 EU 잔류국들이 문단속에 나섰다.

영국 내부의 기류도 심상치 않다.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했던 스코틀랜드가 다시 독립운동에 나설 태세다. 벌써 스코틀랜드 제1당의 독립당 당수인 니콜라 스터전은 지난해 국민투표서 부결된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을 재추진할 것을 시사했다. 북아일랜드 역시 영국에서 떨어져 나와 아일랜드와 통합하는 주민투표를 예고하고 있다.

브렉시트 탈퇴로 영국은 하나의 유럽 맹주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그 자체가 지리멸렬해 쪼그라들 위기에 처해 있다. 그리되면 '위대한' 브리튼은 사라지고 '작은' 잉글랜드만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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