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칼럼] 복지 천국과 세금 천국의 두 얼굴

계명대 대학원(경영학 박사) 졸업. 현 한국세무사회 사회공헌위원장. 현 세금바로쓰기납세자운동 대구경북회장
계명대 대학원(경영학 박사) 졸업. 현 한국세무사회 사회공헌위원장. 현 세금바로쓰기납세자운동 대구경북회장

근로소득자 48% '소득세' 한 푼 안내

북유럽형 복지 바라며 세금 부담 꺼려

조세 구조·소득 파악 기준 개선해야

고소득자에 복지혜택 주는 폐단 막아

두 얼굴을 가진 고대 로마시대의 신을 야누스라고 한다. 원래는 과거와 미래를 보는 얼굴을 뜻하지만 이중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을 보고 야누스의 얼굴을 가졌다고도 한다.

자신은 복지 천국(Welfare Haven)에 살고 싶으면서 정작 세금은 부담하지 않는 천국(Tax Haven)이길 기대하고 있다. 세계에서 복지 제도가 가장 좋은 북유럽의 모델을 요구하면서도 자신은 세금을 부담하기 싫고 남이 부담하기를 원하는 현상(님프:Not In My Pocket)을 빗댄 말이다.

유럽의 복지가 국민들의 삶을 여유롭게 한 것은 사실이다. 이에 익숙해진 국민들은 점점 더 많은 복지를 요구하였고 정권을 잡고자 하는 자들은 표심을 부추겼다. 결국 미래 세대를 기망한 과도한 복지는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해쳤다. 북유럽의 스위스, 노르웨이 등은 이를 극복해 재정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남유럽의 그리스 등은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위스는 얼마 전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전 국민에게 매월 3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모든 복지는 중단하는 것에 대한 찬반 투표였다. 결과는 77%의 반대였다. 국민들의 생각은 이러한 기본소득을 주면 근로 의욕이 저하되어 국가 경제가 위축될 뿐만 아니라 생계 걱정이 없는 부자에게 왜 보편적인 복지가 필요한가였다. 부자가 낸 세금을 가난한 사람의 소득이 되게 하는 것이 소득재분배임을 잘 알고 있다. 이것은 미래에 인공지능(AI)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부분 대체해 실업이 급증하고 대부분의 국민이 가난해지면 검토되어야 할 복지 대안일 수는 있다고 보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로 본 것이다.

북유럽 수준의 복지 예산으로 가는 길목에는 최대의 장애물이 있다. 우리는 소득이 있으면 누구나 세금을 내는 국민개세주의라는 헌법 정신이 형해화된(앙상한 모습처럼 부실해진) 틀을 빨리 고쳐야 한다.

북유럽의 고복지가 가능한 토대는 평균 44.6% 이상의 높은 조세부담률과 20% 이하의 낮은 면세율에 있다. 대부분의 국민은 납세자로서 세금을 납부한다.

적은 금액의 근로소득과 연금소득을 받을 때도 그에 맞는 세금을 떼고 받는다. 여기에 근로소득 등은 별도로 지정된 계좌를 통해서 받기 때문에 개인별 소득이 정확하게 파악되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복지 지급의 대상과 기준을 명확하게 적용할 수 있어 세금이 낭비되지 않고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헌법 제38조의 모든 국민은 납세의무를 진다는 규정의 국민개세주의를 제대로 구현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각자의 소득에 맞는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2013년 근로소득자의 면세율은 32%에서 2014년 48.2%로 급증했다. 1천620만 명 중 777만 명이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핀란드에서는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세의 32%를 내지만 우리나라는 상위 10%가 68%를 내고 있다. 절반에게는 세금 천국을 만들어 주고 고소득자에게는 덤터기를 씌우는 세금 지옥은 경제적 조세 정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세금 회피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는 색깔론이나 포퓰리즘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북유럽의 부가가치세율은 25% 수준으로 높은데 우리는 40년 전부터 10%로 낮다. 개인사업자 558만 명 중 간이과세사업자가 192만 명으로 전체의 34.4%를 차지하고 있다.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본인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세금까지 회피하게 하는 불공정한 제도는 고쳐야 한다.

우리나라 복지는 무상을 비롯해 국민 기초의 생계, 의료, 주거, 교육에 대한 급여와 노인기초급여 등 무려 360가지로 많고 분산되어 복잡하다. 일반의 복지대상자 산정 기준에 가구당 중위 소득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소득을 금액 순으로 나열했을 때의 정중앙에 위치한 단순 금액을 말한다.

여기에는 모든 소득이 집계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과세소득은 국세청에서 집계 관리가 되지만 비과세 금융 및 양도소득, 보조금, 감면, 일반 상장주식 양도차익, 일정 이하의 금융 소득 등은 관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계의 과세 및 비과세 등 모든 소득이 합계된 정확한 중위 소득을 산출해야 세금 없는 고소득자에게 복지 혜택을 주는 세금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이는 소득 기준의 건강보험료 부과 개편에도 적용되어야 할 중요 사안이기도 하다. 북유럽 같은 복지 천국을 만들려면 조세의 구조와 소득 파악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 20대 국회는 이러한 개선을 하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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