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42) 씨는 요즘 가렵고 쑤시는 발가락 때문에 짜증을 내는 날이 많다. 한동안 수그러드는 듯했던 무좀이 장마철이 되면서 갑자기 심해졌기 때문이다. 발가락 사이는 물에 분 것처럼 부풀어 갈라졌고, 견디기 힘든 가려움증에 시달렸다. 심지어 얼마 전부터는 엄지발가락이 벌겋게 붓고 화끈거리는 증상까지 나타났다. 참다못해 병원을 찾은 박 씨는 무좀에 봉와직염까지 겹쳤다는 진단을 받았다.
덥고 습한 날씨는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다. 높은 습도 탓에 세균이나 곰팡이가 기승을 부리고 면역력은 떨어진다. 무릎 등 관절염의 통증은 더욱 심해진다. 햇빛을 보기 힘든 탓에 의욕이 떨어지고 잠이 쏟아지는 계절성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무좀 방치하다 봉와직염 걸리기도
장마철에 기승을 부리는 대표적인 피부 질환은 무좀이다. 무좀 환자는 5월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장마철인 8월에 가장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레인부츠는 통풍이 되지 않아 피부사상균이나 효모균, 곰팡이균 등 무좀균이 발생하기 쉽다.
발이 무좀균에 감염되면 발가락 사이가 가렵고 피부가 하얗게 짓무른다. 피부가 갈라지면서 부스러기가 일어나고 가려움과 냄새, 염증 등이 생긴다. 특히 짓무른 발가락 사이로 A군 용혈성 사슬알균이나 황색 포도알균 등이 침입하면 염증이 생기면서 봉와직염에 걸리기도 한다. 봉와직염은 피부 아래 조직까지 세균에 감염되는 증상으로 붓고 고름이 난다. 세균이 침범한 부위는 벌겋게 변하며 붓고 화끈거리는 느낌과 함께 통증을 동반한다.
무좀이 있는 상태에서 봉와직염이 생기면 무좀 연고를 바르는 것을 일단 중단하고 냉습포나 스테로이드 및 항생제로 염증 반응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 원인균에 맞는 항생제를 먹으면서 무좀 치료룰 병행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두피와 모발 관리도 필요하다. 찜통 같은 날씨에 머리를 제대로 말리지 않으면 머릿속은 땀과 함께 축축한 상태가 지속된다. 높은 온도와 먼지, 축축한 환경은 모발을 빠지게 만들고 비듬균의 번식을 부추긴다.
특히 비를 맞은 머리는 즉시 감아야 한다. 비를 맞으면 빗속에 포함된 각종 대기 중 오염물질이 두피의 피지 배출을 어렵게 한다. 또 축축한 두피는 박테리아균이 번식해 비듬이나 탈모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바로 머리를 감지 못한다면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적당히 닦아낸 후 간격이 넓은 빗으로 부드럽게 빗질을 해주는 것이 좋다.
민복기 올포스킨피부과의원 대표원장은 "장마철에 면역 기능을 유지하려면 제습기를 이용해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고 가벼운 운동으로 면역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욱신욱신 무릎 통증 심해져
장마철은 관절이 약해지고 통증이 심해지는 시기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무릎관절염 환자 10명 중 9명은 장마철에 통증을 더욱 심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기압과 습도, 온도 등과 관련이 깊다. 흐린 날씨가 지속되면 평소보다 대기압이 낮아지는 반면 상대적으로 관절 내 압력은 높아지게 된다. 높아진 압력은 관절 내 활액막(막처럼 얇고 넓은 힘줄)에 분포된 신경을 자극해 통증을 일으킨다. 찬 바람 아래 오래 있으면 혈액순환이 잘 안 돼 근육과 인대로 통증완화물질과 영양분이 잘 도달하지 않을 수 있다.
찜질은 관절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통증 부위가 벌겋게 붓거나 열이 날 때는 냉찜질로 열을 식히는 것이 좋고, 붓지는 않았지만 만성적인 통증을 느낀다면 따뜻한 찜질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마음속 먹구름도 주의해야
장마철에는 하늘뿐만 아니라 마음속에도 먹구름이 낀다. 특히 어둡고 침침한 하늘을 매일 보다 보면 우울한 감정을 느끼기 쉽다. 우울하고 무기력한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면 '장마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장마철에 우울한 이유는 햇빛이 줄면서 체내 호르몬 분비에 불균형이 생기기 때문이다. 일조량이 줄면서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세로토닌 호르몬은 줄고, 의욕을 떨어뜨리는 멜라토닌의 분비량은 늘어난다. 멜라토닌 분비가 늘면 몸이 낮을 밤으로 착각하게 만들어 생체리듬이 깨지고 우울감이 들게 된다.
이와 함께 장마철에는 스트레스 조절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가 늘어나고,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의 분비는 줄게된다. 단 음식이나 밀가루 음식, 술 생각이 간절해지고, 조는 시간이 부쩍 늘어나는 이유다. 야외 활동이나 운동량은 줄어드는 데 비해 식욕은 커지기 때문에 살이 찌기도 쉽다.
장마철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생체리듬을 지키는 게 좋다. 제때 식사를 하고,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낮잠은 30분 이상 자지 않도록 한다. 기온과 습도를 낮춰 불쾌지수를 줄이고 꾸준한 운동과 고른 영양을 섭취하며 생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잠자기 전 3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면 신체리듬 유지와 숙면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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