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을 후회하는 이른바 리그렉시트(Regrexit)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 보수당 내각에서도 재투표 가능성을 시사하는 주장이 나오면서 브렉시트 국민투표 재투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관심이다.
◇법적으론 가능…英 정부, 리스본조약 50조 발동 여부 관건
27일(현지시간) 영국 언론과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재투표에 법적인 장애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현행법상 23일 치러진 국민투표 자체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 EU에 탈퇴 의사를 통보하고 탈퇴 협상을 개시할 권한은 국민투표 결과 자체가 아니라 영국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탈퇴 협상을 결정할 리스본조약 50조는 영국 정부가 발동을 선언해야 하며, 그 선언을 기점으로 협상이 개시돼 2년이 되면 자동 탈퇴가 된다.
케네스 암스트롱 영국 케임브리지대 유럽법학 교수는 CNN에 "국민투표가 그 자체로 브렉시트를 촉발하지는 않는다"며 "여전히 정부의 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브렉시트에서 벗어나는 법'이라는 기사에서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 영국 정부나 의회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버티는 것도 '출구 전략'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정부나 의회가 움직이지 않으면 브렉시트 자체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EU와 탈퇴 조건 우선 협상한 뒤 국민투표 실시 방안
투표 결과가 나온 상황에서 이에 승복하지 않고 국민에게 똑같은 것을 되물을 명분은 약하기 때문에 다른 형식을 취함으로써 사실상 재투표를 유도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이런 방법은 집권 보수당 내각 내부에서 나왔다.
제러미 헌트 보건장관은 27일 텔레그래프 기고에서 "국민은 EU를 떠나라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떠나는 조건에 대해서 투표한 것은 아니다"며 탈퇴 조건을 다시 협상해 국민투표에 올리자고 제안했다.
그는 "탈퇴를 위한 리스본조약 50조를 곧바로 발동해서는 안 된다"며 "(리스본조약 50조 발동을 시점으로) 시계가 재깍거리기 전에, 우선 EU와 협상을 한 후 그 결과를 국민 앞에 국민투표 또는 총선 공약의 형식으로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NYT는 재투표를 한다고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믿음에는 근거가 거의 없다고 봤다. 영국인들은 SNS 등을 통해 EU를 떠나는 것에 후회한다는 의견을 많이 올렸지만, 지난 25일 실시된 콤레스 여론 조사에서는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진 유권자 중 1%만이 투표 결과에 실망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총선 공약에 넣어 대리전…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 의회 '거부권' 가능성
헌트 장관이 국민투표와 함께 대안으로 제시한 것처럼 영국이 총선을 통해 브렉시트 대리전을 치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EU와 탈퇴 조건 등을 협상한 결과를 반영한 공약을 내놓고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음으로써 브렉시트 투표 결과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방안이다.
캐머런 총리의 후임은 총선 없이 선출이 가능하지만 영국 정치권이 전대미문의 혼란에 빠진 만큼 새 정부에 나라를 이끌 힘을 실어줄 총선이 필요하다는 데 여론이 모일 수 있다.
인디펜던트도 "투표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한 정당한 길은 총선에서 그렇게 할 권한을 얻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번 투표에서 잔류를 지지한 스코틀랜드(잔류 55.3%)나 북아일랜드(56%)가 독립 요구 목소리를 다시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재투표 가능성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들 지역의 의회가 브렉시트 투표 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 성사 가능성은 불투명
그러나 이런 논의는 모두 이론적으로 가능한 상황에 대한 관측일 뿐, 현실적으로 재투표가 쉽게 성사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투표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EU의 주도적인 회원국들과 지도부는 영국과의 재협상이 없다고 못 박아 브렉시트를 기정사실화했다.
국민 72% 이상이 투표해 52%인 1천700만 명 이상이 찬성한 안을 뒤집으려면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데 영국 정부가 그런 부담을 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NYT는 영국 정부가 이번 국민투표 결과를 무시할 경우 브렉시트에 찬성한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투표 전부터 이번 투표가 이 사안을 결정짓는 마지막 단계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던 캐머런 총리는 27일 의회에 출석해서도 "(국민투표) 결과에 대한 의문은 있을 수 없다. 결정은 수용돼야만 한다는 데 내각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브렉시트와 관련한 공약을 제시하는 총선으로 국민투표와 같은 대체효과를 기대하는 방안도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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