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6·25전쟁 민간인학살 규명 대부 채의진 회장 타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사건 진실 규명에 한평생 매달려온 채의진(사진) 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전국 유족회장이 28일 오전 2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9세.

6'25전쟁 6개월 전인 1949년 12월 24일 문경 석달리 주민 86명이 국군의 총격에 집단 사살됐다. 공비에게 음식을 줬다는 확인되지도 않은 이유 때문이었다. 당시 13세이던 채 전 회장은 형의 시신에 깔렸다가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하지만 할머니와 어머니, 형과 형수, 누나 등 가족 9명을 한꺼번에 잃었다.

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전국 유족회를 처음 만들고, 국회와 청와대, 국방부, 내무부 등에 탄원서를 보낸 것도 채 전 회장이 한 일이다. 채 전 회장은 '그날의 학살' 이후 초급대학 야간부를 졸업하고 영어교사로 일했다. 하지만 이 사건이 '국군에 의한 학살'이 아니라 '공비에 의한 학살'로 둔갑한 당시 상황을 견딜 수 없었다. 1987년 21년간의 교사 생활을 정리하고서 서각공예를 하면서 문경 석달리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 진실 규명에 고군분투해 왔다. 당시 군사정권은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채 전 회장과 유족을 '이적단체'로 몰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2005년 과거사 정리 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출범했고, 이어 2007년 6월 문경 석달리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의 진실 규명도 결정됐다. 학살이 일어난 지 57년 6개월 만이었다. 당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석달리 사건은 국군이 비무장 민간인인 노약자와 부녀자를 아무런 확인 과정 없이 무자비하게 총살한 반인륜적인 집단학살"이라며 국가 사과, 부상자 의료비'생계비 지원, 지속적 위령제 봉행을 위한 재정적'제도적 지원 등을 권고했다.

2012년 4월에는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판결까지 얻어냈다. 그가 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진실 규명에 생을 바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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