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강
나는 금호강을 잊지 못한다.
항상 물은 찰랑거리며 모래를 쓸어내리고 있었다. 강가의 물기를 가득 머금은 모래밭에는 작은 구멍이 많이 나 있는데, 그 작은 구멍마다 조개가 있었다. 한 시간 동안이면 한 되를 주울 수 있다. 정강이가 겨우 잠길 정도의 물이 있는 보드라운 모래밭 속에는 대합조개가 있었다. 그리고 강이 산모퉁이를 깎고 있는 곳에는 많은 고기가 있어 낚시를 했다. 강가 작은 바위틈에 다슬기가 붙어 있었고, 작은 새우가 뛰어다녔다.
강변의 모래는 끝없이 넓었으며 봄에는 항상 아지랑이가 숨 쉬고 있었다. 사람들은 봄이 개나리나 진달래꽃이나 나무의 잎새에서 온다고 생각하나, 그것은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봄은 제일 먼저 강가에서 온다. 꽃들이나 잎들이 아직 봄의 소리를 모르고 늦겨울잠을 잘 때 제일 먼저 강가에서 온다.
꽃들이나 잎들이 아직 봄의 소식을 모르고 늦겨울잠을 잘 때 제일 먼저 강가의 백사장에서 아지랑이가 봄을 알려준다. 음력설이 지나고 삼월이면 강가에 있는 사래가 긴 보리밭을 매러 간다. 물기 짙은 갯밭에는 금세 촉새들이 우거진다. 오전에는 아직도 매서운 산바람이 후진국의 관리처럼 나를 괴롭혔지만, 오후가 되면 산바람이 강바람에 밀려서 도망을 간다. 마치 민중에 의해서 독재정부가 도망가는 것처럼. 나는 그 바람의 진원지를 따라 강가로 뛰어간다. 모래밭에 벌렁 누워서 물새들을 보노라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배가 고파서 헛것을 본 것인가 하고 의심하면서 자세히 보면 아지랑이가 더욱 또렷이 보인다. 날이 좀 가물어지면 강물은 좀 더 좁게 흐르고, 강은 이빨을 드러내어 웃듯 넓은 백사장을 가지게 된다.
작은 모래섬들이 있는 주위에는 작은 연못처럼 아직도 물이 얕게 고여 있었는데, 많은 고기들이 갇혀 있었다. 우리는 쉽게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모래가 보드라운 깊은 물에는 대합조개가 있어 우리들은 잠수를 하곤 했다. 강이 급류가 되어 산기슭을 할퀸 강가에는 돌이 많이 있는데, 우리는 돌을 들추며 다슬기와 새우를 잡았다.
홍수가 지나간 강기슭에는 영양분이 잔뜩 들어 있는 부드러운 흙이 퇴적되는데, 무성하게 풀이 돋아나 있어 매일 소를 먹이러 강기슭으로 간다. 넓은 강기슭은 완만한 풀밭이 끝없이 펼쳐져 소 타기에 참으로 좋다. 강기슭 밖에는 버드나무 숲이 있었고, 그 밖에는 밤나무 숲이 있었다. 또 그 밖에는 사과 과수원이 있었다. 사과 과수원뿐만 아니라 보리밭까지도 강바람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일 년에 한두 번 홍수가 날 때면 물이 바다가 되어 장관을 이루는데, 돼지와 목재들이 떠내려가고 수많은 사과가 떠내려와서 물가에 뜬다. 뱀들이 물가로 헤엄쳐 나오면 우리들은 막대기로 두들겨 뱀을 잡았다.
강은 우리 시민들에게 단백질의 보고요 농업용수의 근원이었으며 놀이터였다. 봄이면 버드나무 숲에 아이들은 소풍을 가고 어른들은 농악을 울렸다. 여름이면 깊은 물에서는 멱을 감으며 뱀장어를 잡았고, 얕은 물에서는 줄낚시를 매어놓고 송어나 피라미를 잡았다.
얕은 강물이 흐르는 모래 위를 걸어다니면 발바닥을 간지럽게 하며 꿈틀거리는 것이 있었는데 이때 발로 꼬옥 밟고 발의 간지러움을 참으며 모래무지를 손으로 잡으면 된다. 가을이면 강물이 더욱 조용해지고 곱게 흐르는데, 겨울에 얼음을 얼리기 위한 준비 작업이다. 겨울이 되면 강은 얼음의 이불을 뒤집어쓰고 석 달 동안 깊은 잠에 빠진다. 낚시를 위해 뚫어놓은 얼음 구멍 사이를 통해 이따금 낑낑대는 노랫소리를 낸다. 이때는 나룻배도 없어지고 우리는 팽이를 돌리거나 스케이트를 탄다. 강을 덮은 얼음도 장관이지만 얼음 위에 흰 눈이 덮이면 더욱 장관이다. 거기에 달빛이 비치고 여우 울음소리가 들리면 우리는 더 이상 강을 찾지 않는다.
권대욱(대구 중구 달구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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