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경주의 시와함께] 새여

김태동(1965~ )

새여

우는

새여

운명을 사랑한 죄로

너는

울고 있나

오로라로 가는 협궤열차의 표를 끊었다면 조금 외로워져야 한다. 외로움만이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유일한 삶의 방식이 되어주는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다. 타인에게 설명하는 동안 오로라는 입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오로라는 새끼를 잃고 물속으로 가라앉는 고래의 입안에도 뜨고, 발이 삐어 다친 채 숲 속에 누워 있는 노루의 이마 위에도 뜨고, 하늘로 올라가기 전 죽은 자의 입안에도 뜬다. 북광이나 극광이라 부르는 인간의 명수법은 북쪽의 별이나 극지방의 별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이름 표기라 할 수 있다. 그건 너무 고독한 이름이다. 오로라를 이야기할 때 부력을 빼놓을 수 없다. 부력은 감정에 관여한다. '오로라는 풍경이 아니라 감정이라 다행이야'라고 메모를 쓴 적이 있다. '당신의 머리 위에 방금까지 떠 있는 오로라를 말해주세요.' 이것이 내가 당신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당신을 관측할 수 없다. '나는 날지만 나는 법을 모른다'고 말한 어느 시인의 시 구절처럼. 모르는 새 한 마리를 따라가는 게 삶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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