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군납·방산비리 1조170억 넘어
세금 제대로 썼다면 자주국방 될 수준
야당 '이적죄' 추진에 국방부 긴장
여당도 반성하고 국방개혁 협력해야
"소령 중령 대령은 '찝차' 도둑놈, 소위 중위 대위는 권총 도둑놈, 하사 중사 상사는 모포 도둑놈, 불쌍하다 이등병은 건빵 도둑놈."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것은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그로부터 40년이 넘게 지났지만, 이 노래가 여전히 현재형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총탄에 뚫리는 방탄복, 발사하다가 두 동강이 난 포신, 전함에 탑재된 어군탐지기 등 그동안 드러난 방산비리의 예는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그 수준도 '찝차'나 권총 수준을 넘는다. 작년에 발표된 방위사업비리 합수단의 수사 결과를 보자. 통영함'소해암 납품비리(669억원), 고속함'호위함 납품비리(805억원), 정보함 사업비리(230억원), 해상작전헬기 도입비리(5천890억원), 잠수함 인수 평가 관련 비리(1천475억원), 전자전 훈련장비 납품대금 편취(1천101억원) 등등. 이러니 그 노래에 아예 가사를 한 줄 더해 "소장 중장 대장은 전함, 헬기, 전차 도둑놈"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군납비리'방산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왜일까? 군사기밀이나 한반도의 특수성을 핑계 삼아 군이 통제와 감시가 닿지 않는 성역으로 군림해 왔고, 어쩌다 적발된 비리에 대해서도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데에 그쳤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비리가 '신성'하다는 병역의무 때문에 젊음을 저당 잡힌 사병들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방산비리를 '이적죄'로 처벌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의당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정의당의 국방정책기획단 단장으로 이번에 비례대표 의원에 당선된 군사평론가 김종대 씨는 "방산비리를 때려잡겠다"고 벼르며, 아예 변호사를 보좌관으로 채용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국방부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단다. 바로 이것이 야당 버전의 '안보'다. 이렇게 야당에서 외려 보수정당의 전유물로 통하던 '안보' 이슈를 선점하고 나선 것은 국가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보수 버전의 '안보'가 앓는 또 다른 고질병은 '전시작전권'의 문제다. 도대체 군대는 전쟁을 위해 존재하는 집단인데, 정작 전쟁이 났을 때 작전권조차 행사하지 못하는 군대를 정상적 군대라 할 수 있는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나라 보수주의자들은 '자주국방' 좀 하자는 데 그렇게 기를 쓰고 반대한다. 심지어 군의 수뇌부까지 '자주국방을 하는 것이 북한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는 도착증적 인식을 갖고 있으니 참으로 해괴한 일이다.
수십 배 우월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수십 배의 국방비를 쓰고도 아직 자주국방을 못 한다면, 군 수뇌부들부터 당장 해고해야 한다. 세금만 축내는 밥벌레들에게 자주국방의 그날은 절대로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군의 바짓가랑이나 잡고 늘어지는 지휘부를 사병들이 신뢰할 수 있겠는가? 하긴, 안보의 책임을 미군에 몽땅 떠넘겼으니 어깨에 별 달고 할 수 있는 지휘란 게 고작 비리를 저지르는 것밖에 없을 것 같기는 하다.
겉으로 드러난 게 저 정도일 뿐, 드러나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비리의 규모는 엄청날 것이다. 그렇게 비리로 날린 세금이 제대로 국방에 쓰였다면, 지금쯤 우리의 정보 전력도 미군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수준에 도달해 있었을 것이다. 또 북핵 핑계를 댈 것인가? 그것은 결국 북에 핵이 있는 한 우리 군은 영원히 작전권을 포기하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장성들이 웬 핑계가 그렇게 많은지. 사병들은 그걸로 밤송이를 까라고 해도 그냥 깠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티베트에서 던진 것이 이 화두다. 아니나 다를까. 새누리당에서는 이 화두는 제쳐둔 채 말꼬리 잡고 색깔론 시비를 걸고 나섰다. 지금 집권 여당이 할 일은 그릇된 안보의식이 노정한 문제점을 직시하고, 그것을 바로잡지 못한 무능을 반성하며, 모처럼 야당에서 추진하고 나선 국방개혁에 적극 협력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가짜' 안보는 치우고, '진짜' 안보를 해야 한다. 그것이 책임 있는 공당이 취해야 할 자세이며, 일부 사이비 군인들이 끼얹은 오물을 함께 뒤집어쓴 채 오직 국방의 의무에만 전념하는 대다수 성실한 군인들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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