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봉사명령'이란 법원에서 교통법규 위반 등 경미한 범죄자들에 대한 집행유예 처분과 함께 일정 시간 무보수로 사회에 유익한 근로를 하도록 명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9년부터 사회복지단체 등을 중심으로 시행해 왔으며, 2013년부터는 사회봉사의 수혜 범위를 확대하여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일반 국민들로부터 직접 지원 분야를 신청받아 집행하는 수요자 중심의 '사회봉사 국민공모제'를 도입하여 다양한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대학 동기가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는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한나절 동안 자원봉사를 했다. 그다음 주에는 보호관찰소 집행과장으로서 사회봉사 대상자들을 인솔해 달성군의 한 농장에서 양파 수확 작업을 했다. 이 두 곳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것은 도심에는 학생들을 포함하여 자원봉사자들이 넘쳐나는 반면, 농촌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까지 고용(일당 10만원)해도 일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사회봉사 대상자들의 농촌지원이 보다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 자원봉사자들도 농촌 봉사활동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창구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 것 같았다.
보호관찰소를 통해 집행하는 농촌 사회봉사는 대체로 두 가지 경로로 이루어지고 있다. 첫째는 지역농협을 통해 농가를 지원하는 방법이고, 다음으로는 농가가 '사회봉사 국민공모제'를 통해 적극적으로 신청함으로써 이루어지는 방법이다. 전자는 일반적으로 규모가 큰 농장을 대상으로 농협을 통해 지원하며, 후자는 노인이 경작하는 규모가 작은 농가나 형편이 어려운 농가인 경우가 많다. 사회봉사 대상자들은 기본적으로 본인이 교통비와 식비를 부담하여야 하나 농촌 봉사만은 예외이다. 교통편은 보호관찰소의 관용차를 활용하여 동시에 이동하며, 식비는 전액 농협중앙회에서 지원하고 있다.
사회봉사 대상자들과 함께 농촌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다양한 농장주를 만나게 된다. 7년 전쯤 창원에서 집행과장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가을철 단감 수확 농장으로 이틀 연속 사회봉사를 갔다. 첫날은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농장주가 일을 시작하기 전에 사회봉사 대상자들에게 "우리 단감농장에서 가장 맛있는 감들인데, 먼저 충분히 먹고 일을 시작합시다"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다음 날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봉사에 참가한 대상자 중 한 명이 일도 시작하기 전에 농장주가 보는 앞에서 단감 하나를 따먹어버린 것이다. 이를 본 농장주의 나무람이 시작되었고, 그다음부터는 하루 종일 서로 불편한 시간이 계속되었다. 농장주의 태도에 따라 작업 능률은 말할 것도 없고 수확물의 상품 가치에서도 차이가 났음은 물론이다.
농촌 봉사에서는 보호관찰소 직원들의 고충도 있다. 도시에서는 대부분 사회봉사 협력기관 담당자들에게 사회봉사자들의 감독을 위탁하고 확인만 하면 되지만, 농촌에서는 하루 종일 사회봉사 대상자들과 함께해야 하므로 말이 현장감독이지 자원봉사자 역할에 모범까지 보여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농촌 봉사활동은 보다 확대되어야 한다.
사회봉사의 목표는 재범 방지에 있고,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사회봉사 대상자들이 봉사를 통하여 보람을 느끼고 향후 자발적인 봉사로 이어지는 것이다. 사회봉사 대상자들이 사회에 기여하는 자원봉사자로 이어지도록 돕는 보호관찰관이야말로 그들과 함께 땀을 흘리면서 얻는 큰 보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회봉사가 더 확대되고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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