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본 영화 가운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었다. 일본과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사로잡았던 마법 같은 영화로 세월이 흐른 지금도 기억이 새롭다. 하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전설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이니 말이 필요가 없다.
주인공 소피는 모자 가게를 운영하는 십 대 소녀다.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마녀의 저주에 걸려 파파 할머니가 되어버린다. 저주를 풀기 위해 황야로 떠난 소피는 순무라는 허수아비 친구를 만나 하울의 성으로 들어간다. 여기서 악마 캘시퍼와 만난다. 갈등과 반전이 이어지지만, 하울과 소피는 사랑으로 그 모든 것을 이겨낸다. 마침내 순무는 멋진 청년으로 바뀌게 되고, 이웃나라 왕자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하울과 소피는 날아다니는 성으로 바뀐 마법의 성에서 행복하게 살아간다.
마법과 로맨스가 만난 최고의 감성 판타지답게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 특히 잡동사니를 뒤죽박죽해놓은 외관의 마법의 성은 상상조차 힘든 꿈의 세계 그 자체다. 동화처럼 아늑한 성이지만, 내부의 문고리를 돌릴 때마다 다른 차원의 문이 열린다. 천식에 걸린 귀차니스트 강아지 천, 별똥별에서 불꽃 악마로 전락한 캘시퍼, 날마다 거울 앞에서 외모를 가꾸는 꽃미남 마법사 하울 등 상상을 초월하는 캐릭터의 설정은 그야말로 경이로움의 집결체다.
이 영화에는 더욱 놀라운 것이 있다. 몇백 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하다는 천재 음악가 히사이시 조가 들려주는 OST '인생의 회전목마'라는 곡이다. 하울과 소피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물결처럼 흐르는 피아노 소리를 들으면 온몸에 전율이 인다. 하늘을 걷는 둘의 모습과 너무너무 어울리는 음악, 선율 하나하나에 악기를 어쩜 그리도 잘 맞췄는지, 최고라는 찬사가 모자란다.
수상작 '회전목마'를 보고 가장 먼저 생각난 것도 이 음악이었다. 이 영화를 보고, 이 음악을 들으면 누가 사랑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2004년 小史
▷노무현 대통령 탄핵=3월 12일 국회는 선거법 9조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 조항 위반, 대선자금 및 측근비리, 실정에 따른 경제파탄 등을 이유로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했다.
▷21명 살해범 유영철 체포=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총 21명을 살해한 유영철이 체포됐다. 유영철은 앞서 14차례의 특수절도 및 성폭력 등의 혐의로 11년을 교도소에서 생활했다. 2004년 7월 18일 연쇄살인 혐의로 체포된 뒤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교도소에서 안락하게 생활하고 있다.
▷FTA 시대 개막=1년 4개월을 끌어오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4월 정식 발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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