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신공항, 이렇게 끝나나

정부의 신공항 입지 결정에 따른 대구경북 시'도민 간담회가 27일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지역 각계각층 대표들은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 결정에 분노했고, 부산에 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지역 정치권과 대구시'경북도를 탓하기도 했다. 시도는 검증단을 꾸려 정부의 신공항 용역 결과를 집중 검증한 뒤 입장과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히는 것으로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28일 오전, 권영진 대구시장은 간부회의에서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을 주문했다. 신공항은 이제 시장과 해당 부서에 맡겨두고 다른 부서들은 일상 업무에 복귀할 것을 지시했다.

영남권 신공항 국면이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21일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안 발표 후 폭발했던 분노 및 울분이 딱 일주일 만에 급격히 진정세로 돌아섰다.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안 발표에 발끈하며 가덕도 신공항 자체 추진 의사를 밝혔던 부산도 27일 김해공항 확장안 수용으로 돌아섰고, 대구경북도 27일 간담회를 끝으로 정리 모드로 돌입한 듯한 모양새다.

언제까지 시도의 모든 행정력을 투입해 신공항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도민과 관련된 산적한 업무를 계속 뒤로 제쳐놓을 수도 없다.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아직 배신당한 울분과 분노가 채 가시지도 않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방향,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이렇다 할 대책도 듣지 못했다.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 발표 후 한 것이라고는 25일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진상 규명 촉구대회' 한 번, 27일 간담회 한 번이 다다. 남은 건 '검증단'을 구성해 정부 용역 결과를 검증하겠다는 약속뿐이다.

밑천이 드러난 탓이다. 대구경북이 희망했던 밀양 후보지가 선정되지 않았을 때, 또 한 번 정부의 백지화 발표가 있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이라는 대책을 만들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1년 무산의 전철을 다시 밟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만 했을 뿐 대비를 하지 못했다. 그러니 신공항 무산 후 급조해서 할 수 있는 촉구대회, 간담회를 하고 나니 더는 할 게 없는 것이다.

우리가 원했던 후보지가 선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업이 무산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정당하지 못한 이유와 방법으로 백지화되는 것을 보고도, 당하고도 촉구대회 한 번, 간담회 한 번으로 할 거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검증단의 검증 결과 정부 용역에 잘못이 있을 경우 불복하고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그게 언제쯤일까. 검증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하루 이틀 흐르고 지친 시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면 신공항은 다시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다. 정부 용역 결과가 잘못됐다는 검증 결과가 나왔다고 치자. 이미 꺾인 분위기와 꺼진 불을 어떻게 다시 살려내 대정부 투쟁을 할 수 있을까.

못마땅하지만 정부 결정을 수용하겠다면 모르겠다. 아니면 출구전략이라도 세워 세련되게 발을 빼는 게 모양새는 좋을 수 있다. 그런데 정말 불복을 하거나 신공항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렇게 흐지부지 전을 거둬들이는 건 아니다. 신공항, 이렇게 끝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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