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인 2009년 10월 어느 날 오전 4시, 미국 델라웨어주의 도버 공군기지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군인의 유해가 도착하였다. 이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내리는 유해 앞에서 차렷 자세로 경례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행동은 국가를 위해 전사한 유공자에 대해 국민을 대표하여 극진한 예를 표한 것으로, 국가유공자를 우선으로 예우하고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보훈정책의 한 상징이다. 미국이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다민족 국가이면서도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 된 배경이기도 하다. 국가나 국민이 유공자를 진정으로 예우하는 선진화된 보훈제도의 일단이기도 하다. 보훈정책에 있어서 아직 여러 가지 미비한 점이 많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우리가 유심히 관찰하고 배워야 할 사례이기도 하다.
미국의 보훈정책을 조직과 예산, 의료, 예우 부문으로 나눠 살펴보면, 우선 보훈조직이 장관급으로 제대군인부가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며, 국방부 다음의 조직력과 행정력을 지니고 있다. 제대군인부에 근무하는 공무원의 자긍심이 높은 것을 물론이고, 장관을 임명할 때도 국가유공자나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을 발탁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자칫 함량 미달의 인사를 기용했다가는 국가유공자들과 그 유족들에게까지 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연간 보훈 예산은 전체 국가 예산의 3.7%를 차지한다. 전체 예산의 1.7%인 우리나라보다 두 배 정도 많다. 국가유공자 직업교육과 보훈연구 등에도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어, 90%가 보상금으로 지급되는 우리나라와 비교가 된다. 보훈 예산에 관한 한 여야 간 분쟁도 자제하고 우선으로 통과시키는 게 관례이다.
보훈의료제도 또한 각별하고 튼튼하지만, 무엇보다 눈여겨볼 일은 국가유공자에 대한 의전 및 정신적 예우이다. 각종 행사장에서 국가유공자를 최상석에 배정하며 초등학생도 국가유공자 훈장을 패용하고 지나가면 거수경례로 예를 표한다. 현충일 행사 때는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꽃을 팔아 이익금을 전액 보훈단체에 기부하며 국가유공자의 선양사업과 복지사업에 사용한다.
보훈에 대한 인식과 문화가 모든 국민의 일상생활에서 최우선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국가유공자를 예우하고 존경하는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한 단순한 보상금 지급을 넘어서는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 미국뿐만 아니라 호주, 캐나다 등 대부분 선진국의 경우 보훈조직에 대한 위상이 장관급이고 행정부 내각에서도 국무위원으로 의전 서열이 높다. 차관급인 우리나라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차관급의 위상으로는 국가유공자 보훈정책 수립과 복지지원을 위한 자체 예산권, 부령과 행정명령권이 없어 선진화된 보훈정책 수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도 국가보훈처장을 장관급 국무위원으로 위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보훈 예산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세워 선진국 수준인 3%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본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과 학생들에 대한 보훈교육과 국가유공자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심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국가유공자와 후손들을 존경하고 예우하는 것은 건강하고 부강한 나라를 이루기 위해 우리 모두가 가져야할 사회적, 도덕적 책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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