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의 자연은 풍성하다. 손때를 타지 않은 계곡과 끝 간 데 없는 동해, 너른 들판과 금강송으로 들어찬 산림은 분명히 울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치이다. 울진 매화면 갈면리에는 그 풍성한 자연을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부부가 있다. 자연이 주고, 자연이 허락한 것만 가져다가 정성스레 담은 선물이다. 바로 울진 자연친화 특산물 가공장인 '산중가'의 용창식(54)'이영애(53) 씨 부부.
"내 고향이라서가 아니라 이렇듯 좋은 자연이 또 어디 있나요. 내가 더 늙고 힘이 없어지기 전에 이 아름다운 자연을 주변에 알리고 싶었어요."
용 씨는 법학도였다. 고향인 울진 산골을 떠나 영남대 법학과에 진학할 때는 청운의 꿈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36세의 나이에 돌연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저 무료하게 살던 어느 날 문득 떠오른 작은 질문 때문이다.
"60이 넘어 내가 늙어서도 이렇게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허탈하더라고요. 돈도 좋고 성공도 좋지만, 결국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고향으로 돌아왔죠."
귀촌을 사업에 실패하거나 도시 생활에 치여 도피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용 씨의 귀촌에도 그런 꼬리표가 달렸다. 용 씨의 귀촌을 반대하던 가족들은 '딱 1년만 버티면 우리도 귀촌을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힘든 농촌생활을 견디지 못하리란 심산이었다. 그러나 그는 묵묵히 노모 곁에서 밭을 일구고 산나물을 채취하며 1년을 보냈다. 용 씨의 결심을 본 가족들도 그때부터 그의 곁에서 함께 자연을 배워가기 시작했다.
처음 고향으로 돌아와서 용 씨는 김장용 절임 배추 판매를 시작했다. 솜씨 좋은 어머니의 음식 맛을 기억한 덕분이다. 부인인 이영애 씨가 오고부터는 봄이면 목련나무를 가꾸고, 겨울이면 야생 칡뿌리를 찾는 생활이 이어졌다. 그렇게 용 씨 부부의 생활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이들이 재배한 목련꽃차와 칡즙도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미술학원을 경영했던 이 씨의 멋들어진 디자인도 상품의 질을 더했다. 쉴 새 없이 주문이 밀려와 도저히 부부 두 사람의 힘으로는 생산량을 맞추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들 부부에게는 '딱 자연이 주는 것만 얻는다'는 철학이 있다. 아무리 사고 싶어도,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이들 부부는 자연이 먼저 내어주지 않으면 절대 상품을 만들지 않는다. 무리하게 자연을 쥐어짜 봤자 껍데기만 가져올 뿐, 자연의 깊은맛은 얻지 못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래서 산중가의 상품을 두고 주변에서는 '운이 맞지 않으면 못 산다'는 너스레를 떤다.
"여름을 여름처럼, 겨울을 겨울처럼 제대로 느끼고 살아야 제대로 된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시골 생활은 몸도 힘들고 모든 게 다 일거리죠. 그러나 자연은 노력한 만큼은 언제나 보답합니다. 우리는 그 자연을 그저 주위에 전해주는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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