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호스피스 병상 부족, 편안한 임종도 어렵다

대구 7곳 중 5곳 빈자리 없어…병동마다 입원대기 15∼20명

최근 대구의 한 호스피스병동에 입원한 A씨. 지난해 췌장암 진단을 받은 A씨는 잇따른 수술과 항암 치료에도 뼈와 복막 등에 암세포가 전이돼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대학병원 암 병동에 입원해 있던 A씨는 생의 마지막 시간을 정리하기 위해 지역의 호스피스병동 서너 곳에 문의했지만 모두 "병상이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요양병원들도 까다로운 통증과 증상 관리가 필요한 A씨를 받기 꺼렸다. A씨는 이리저리 수소문한 끝에 보름 만에 겨우 호스피스병동에 입원할 수 있었다.

편안하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는 호스피스병동이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비고 있다. 호스피스병동은 통증 조절과 심리적 지지 프로그램으로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덜고 의료비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대구에는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 6곳과 의원급 의료기관 1곳 등 7곳에서 호스피스병동 101병상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대구가톨릭대병원과 계명대 동산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대구보훈병원, 대구의료원 등은 병상이 꽉 찬 상태다. 대구파티마병원은 가동률 85~92% 선으로 그나마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남녀 병상을 구분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곳 역시 사실상 여유 병상이 없는 상태다. 이달 초 호스피스완화의료기관으로 지정된 의원급 의료기관 1곳에만 병상 여유가 있다.

이렇다 보니 입원 대기 환자도 밀려들고 있다. 호스피스병동마다 대기 환자 수는 평균 15~20명 정도나 된다. 지역의 한 호스피스병동 관계자는 "대기 순번이 뒷순위일 경우 아예 입원조차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 7월 호스피스완화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간병비를 확 낮춘 호스피스완화의료도우미 제도가 도입되면서 부쩍 심해졌다. 제도 도입으로 병원비는 하루 평균 1만5천원(5인실 기준), 간병비도 8만5천원에서 4천원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일반 암병동에서 입원 치료를 받으면 매달 의료비 지출이 300만원이 넘지만 호스피스병동에 들어오면 60만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대구가톨릭대병원 관계자는 "수가 조정 이후 60~70%를 헤아리던 병상 가동률이 90~100%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고 했다.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호스피스병동 인프라 확대는 쉽지 않다. 호스피스병상 가동률이 90%에 육박해야 호스피스완화의료도우미를 도입해도 적자를 면할 수 있고 임종실과 가족실, 다용도요법실 등 다양한 부대시설도 갖춰야 해 확대가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 인력 확보도 걸림돌이다. 호스피스병동을 운영하려면 표준교육과정을 60시간 이수한 의료진과 전담 사회복지사를 확보해야 한다.

의원급 호스피스완화의료기관인 사랑나무의원 관계자는 "의원급 호스피스의료기관을 늘리는 것도 인프라 확대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병상 가동률을 높이고 전문 종사자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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