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하게 어울리는 사람을 '친구'라고 부른다. 친구라는 말은 자주 쓰이기는 하지만 본래 한자어다. 예전에는 '동무'라는 순우리말을 썼다. 동무는 참으로 아름다운 말이다. 부르기 좋고 듣기에도 멋지다. 어린 시절 나는 '동무들아 오너라'로 시작하는 동요를 즐겨 불렀다. 리듬도 경쾌하고 아름답지만, 동무가 들어가는 가사가 특히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 동무라는 단어가 갑자기 사라졌다.
이유인즉, 북한 공산주의자들이 동무라는 말을 쓰기 시작하면서 남쪽에선 잘 쓰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북한에선 동무가 '혁명을 위해 함께 싸우는 사람'이란 뜻이란다. 북한에서 쓰거나 말거나 우리가 우리말을 왜 못 쓰나? 그런 생각도 들지만 억지로 되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최근 동무는 말동무, 길동무 같은 합성어로만 쓰이는 것 같다. 순우리말이 필요하면 '벗'이란 말도 쓴다.
얼마 전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가 히트를 친 적이 있었다. 요즘이야 천만 관객을 넘나드는 영화가 부지기수지만, 당시만 해도 '친구'의 흥행기록은 대단했다. 그 기록이 뭔가 싶어 영화관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조폭들의 세계를 그린 영화였다. 실제 인물을 모델로 했다고 들었는데, 너무나 잔인한 영화였다. 거기에다 억센 부산 사투리가 심해 대사를 전혀 알아듣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이 영화가 흥행에는 성공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리고 예술성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지만, 아이들에게 그다지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지는 않다. 실제 부산의 한 고교에서는 이 영화를 모방한 살인까지 일어났다고 한다. 시퍼런 칼에 이미 수십 번을 찔려 가망이 없는 친구를 계속 찔러대는 또 하나의 친구. 친구가 그런 것이라면 진절머리가 난다. 그 이후로 친구라는 단어의 정겨움이 훨씬 덜해진 것 같다.
'친구'라는 말 대신 '동무'라는 옛말을 다시 찾을 수는 없을까. 우선 수상작의 제목부터 '친구들'이 아니라 '동무들'로 고치고 싶다.
◇2006년 小史
▷부동산 광풍='부동산이 미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집값이 급등했다.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며 '집값 붕괴론' '집 사면 손해'라는 발언을 쏟아내며 집값 안정을 위해 애썼지만 집값 고공행진은 계속됐다.
▷한미 FTA 협상, 반대 시위=한국과 미국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추진을 공식발표하고 5차 협상까지 진행하자 반(反)FTA 단체를 중심으로 극렬한 반대시위가 발생했고, 반미 이슈로까지 비화했다.
▷박근혜 피습= 5'31 지방선거 직전인 5월 20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지원유세에 나섰다가 보호관찰대상인 사람으로부터 문구용 커터 칼 공격을 받아 얼굴을 60바늘 꿰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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