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특권 내려놓기

일 안 하고 돈만 챙기는 국회를 꼽으라면 단연 우리나라 국회가 손꼽힌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은 최근 국민소득 대비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세비가 OECD 국가 중 일본, 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1인당 국민소득 대비 국회의원 세비에 있어 일본 이탈리아 한국이 나란히 1~3위를 차지했다. 순위는 매겼지만 배수는 5.7~5.3배로 피장파장이었다. 반면 4위(오스트리아'3.6배), 5위(미국'3.5배)로 가면 배수는 뚝 떨어진다. 스웨덴이나 덴마크 같은 나라의 국회의원은 평균치만큼만 받고도 일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제 20대 국회 종합 안내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에게 지불되는 연봉은 약 1억4천만원에 달한다. 매달 일반 수당 640만원에다 입법 활동비 300만원, 정근 수당, 명절 휴가비 등 각종 명목으로 1인당 국민소득의 5배를 훌쩍 넘는 세금을 가져간다. 사무실 유지비와 차량 기름값 등으로 지불되는 연간 9천만원은 별도다. 선거가 있었던 올해는 1인당 3억원까지 후원금도 모금할 수 있었다.

이뿐 아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보좌진을 의원 1명당 최대 7명까지 둘 수 있다.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9급 상당 비서 각 1명이 따라다닌다. 4급은 연봉 7천751만원, 5급은 6천806만원을 받는 자리다. 이들의 인건비만 연간 약 3억7천만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보좌진에 누구를 앉히건 제약은 없다. 국회의원에 당선돼 한쪽 눈 질끈 감으면 사돈에 팔촌까지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동생과 딸을 비서관과 인턴으로 채용해 '도덕적' 논란을 빚자 국회 보좌진들이 무더기로 사퇴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이후 물러난 국회의원 보좌 직원이 20명이 넘는다. 29일엔 하루에만 7명이 사표를 냈다.

급기야 여야는 친'인척 채용 금지 법안을 발의한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래도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국민은 별로 없다. 국회의원들이 '쇼'를 말고 '액션'을 했다면 이번 보좌진 무더기 사퇴 사태는 애초에 있지도 않을 일이었다. 유사 법안은 이미 17, 19대 때도 발의됐지만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이번에도 국회의원들이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쇼'만 하는 것은 아닌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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