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행성 막을 신기술로 우주 진출 앞당길까…『소행성 적인가 친구인가』

소행성 적인가 친구인가/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지음/유영미 옮김/갈매나무 펴냄

미국 텍사스주 크기의 행성이 시속 2만2천마일의 속도로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미국우주항공국(NASA)의 댄 트루만 국장(빌리 밥 손튼 분)은 "행성에 800피트의 구멍을 뚫어 그 속에 핵탄두를 묻은 다음, 폭발시켜 행성을 둘로 쪼개 경로를 바꾸자"고 제안한다. 댄은 세계 최고 유정 굴착 전문가, 해리 스탬퍼(브루스 윌리스 분)에게 지구 전체의 존립이 걸린 작전을 부탁한다. 해리와 그의 동료들은 우주비행 훈련을 받은 뒤 두 대의 우주왕복선을 나눠 타고 소행성으로 향한다.

천신만고 끝에 소행성에 도착한 해리 일행은 동료 일부가 죽고 굴착기마저 고장 나는 등 갖가지 위기에 봉착한다. 그러나 죽은 줄 알았던 AJ(벤 에플렉 분)와 동료들이 굴착기를 들고 등장, 소행성에 핵탄두를 묻는 작업은 무사히 완료된다. 하지만 핵탄두의 무선 폭파 장치가 고장 나고 만다. 누군가 한 명은 남아 직접 핵탄두 폭발 버튼을 눌러야 한다. 결국 그 한 명만 남고 나머지는 지구로 가는 우주왕복선에 탑승한다. 소행성에 남은 한 명은 바로….

큰 인기를 얻은 영화 '아마겟돈'(1998)의 줄거리다. 장르는 SF, 그러니까 공상과학(science fiction)이다. 이 영화의 바탕에 깔린 공상과학은 터무니없지 않고 꽤 현실적이다. 다른 SF 영화에서 숱하게 다룬 '지구 멸망' 시나리오들을 살펴보면 그렇다.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침공해 인간을 노예로 삼는 이야기가 있지만, 외계 생명체의 존재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고대 부족의 달력이 특정 날짜에서 끝나기 때문에 그때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그 날짜가 지나간 지금 지구는 멀쩡하다.

하지만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지구를 파괴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꽤 신빙성이 있다. 무수한 소행성이 실제로 관찰되고 있어서다. 1908년 소행성이 시베리아 한가운데 떨어져 대도시 크기의 지역을 초토화시킨 '퉁구스카 대폭발' 사건이 있었다. 최근만 봐도 2013년 2월 지름 17m, 질량 1만t가량의 소행성이 러시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공중폭발했다. 이 소행성이 폭발하며 낸 위력은 1945년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20~30배였다. 충격파가 지상으로 전해져 유리창 등이 부서지면서 1천5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지만, 다른 큰 인명 피해는 없었다. 만약 이 소행성이 뉴욕, 파리, 대구 같은 대도시에 그대로 떨어졌다면? 6천600만 년 전 공룡 멸종은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 때문이었다.

책은 1부 '태양계와 우주'에서 인류 역사 속 소행성의 출현에 대해 살펴본 다음, 2부 '소행성과 지구'에서 소행성 충돌을 피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모색한다. 저자는 영화 아마겟돈의 댄 국장이 제안한 방법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지만, 소행성의 궤도를 바꿔야 한다는 문제 인식에는 동의한다. 소행성 충돌을 다룬 또 다른 유명한 영화 '딥 임팩트'(1998)에서도 극 중 소행성에 핵폭탄을 쐈지만 궤도는 바꾸지 못했다. 다른 방법이 필요했던 것이다. 태양풍을 타고 이론적으로는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태양 범선'을 소행성에 일찌감치 착륙시켜 소행성의 궤도를 바꿀 이런저런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 크기가 작은 소행성이라면 '레이저'를 쏠 수도 있는데, 아직 기술이 완성된 것은 아니고 엄청난 출력 및 긴 시간을 들여 소행성을 향해 발사해야 한다.

이 책의 진가는 3부 '인간과 미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행성을 인류의 우주 진출 창구로 봐서다. 저자는 소행성 충돌을 대비하기 위한 기술 개발의 연장선에서, 막대한 돈이 드는 로켓 발사를 대신해 케이블로 저렴하게 우주와 지구를 연결하는 '우주 엘리베이터' 등 다양한 기술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 저자는 앞으로 '제너레이션 우주선'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쉽게 말해 노아의 방주 같은 것이다. 지구를 떠나 우주에서 평생을 보내고 한 세대에서 또 다른 세대로 이어지는 삶도 나타난다는 얘기다. 제너레이션 우주선이 제작 및 가동에 필요한(지구에는 부족한) 자원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소행성이다. 아예 소행성 자체를 우주선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영화 아마겟돈의 굴착 기술이 이때 요긴해진다. 소행성 지하에 굴을 파서 주거지를 만들면, 인류는 위험한 우주방사선에 노출되지 않고 살 수 있다. 또한 소행성은 지구에 없는 자원을 채취하는 광산으로 삼을 수 있다.

달, 화성, 태양계 정도만 탐사해 온 인류가 더 넓은 우주로 나아가려면, 소행성은 반드시 밟아야 할 디딤돌 같은 존재다. 인류가 지혜를 모으면 모을수록, 소행성은 점점 위험 요소에서 기회 요소로 변모할 것이다. 인류는 지금껏 작성해 온 '우주 오딧세이'에 마침표 대신, '소행성'이라는 귀한 접속사를 쓰게 될 것이다. 그러려면 소행성을 다룰 과학기술의 발전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영화 아마겟돈에서 소행성에 홀로 남아 작전을 완수하며 해리가 보여준 인류애가 미래 우주인의 필수 덕목이 돼야 하지 않을까.

저자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는 오스트리아의 1977년생 젊은 과학자다. 빈 대학에서 천문학을 공부하고 소행성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발견된 소행성들 중 하나에 그의 이름이 붙었다. 287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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