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지 지형의 대구에서는 물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물놀이를 할 만한 곳도 딱히 떠오르는 곳이 없다. 내 기억 속에서는 딱 한 곳! 어른들이 무태라고 부르던 연경동 앞 작은 도랑에서는 참방참방 물놀이가 가능했었다.
대구 사람들에게 익숙한'무태'(無怠)라는 이름은 왕건과 관련된 설화에 있는데 왕건이 길을 내려오는데 새벽부터 농부는 들에서 열심히 농사일을 하고 아낙은 부지런히 길쌈을 하는 모습을 보며 왕건이 감탄하여 "참으로 무태한, 게으름이 없는 동네로다"라고 했던 말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지금 이 연경동은 공공주택지구 공사로 예전 같지 않지만, 1980년대만 해도 대구 속 시골 같은 고즈넉한 풍경에 물이 제법 흘러 대구사람들에게는 여름 별천지였다. 먼 친척이 그곳에 살아 여름방학 때마다 놀러 갔던 연경동 도랑에는 유난히 메기가 많이 잡혔다. 야행성 수종이라 늦은 밤에 시작되는 메기잡이는 동네 아저씨가 앞장을 서면 그 뒤로 아이들이 구경을 다니며, 아저씨가 건져 올리는 메기를 서로 한 번 손으로 잡아보겠다며 소란을 피우다, 미끄러운 메기를 꼭 한 번 놓치고 혼쭐이 나는 모양새로 늘 마무리되곤 했다. 나도 언젠가 그 난리통에 가담했다. 그날따라 씨알 좋은 메기를 홀라당 놓쳐 버리는 바람에 아저씨에게 찍혀 두고두고 아저씨에게 놀림감이 된 적이 있는데, 그래도 놀림에 굴하지 않고 연경을 찾아갔던 그 이유는 그곳이 꼭 외갓집처럼 정겹고 구수한 고향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거기에 물놀이까지 가능했으니, 여름휴가로는 이만한 곳이 없었다.
간혹 팔공산을 갔다가 도심으로 내려오면서 지나가다 보면 연경동 도랑은 아직 그대로이긴 하다. 하지만 예전처럼 물이 맑지도, 수량이 충분하지도 않아 보였다. 물놀이하면 워터파크가 전부인 요즘 아이들에게 저 물에 발 담그고 수박 먹던 그 시절의 정취를 다시 누리게 할 수는 없을까.
2007년 小史
▷변양균-신정아 파문=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예일대 가짜 박사학위 파문으로 시작된 '변양균-신정아' 파문이 8월 하순부터 두 달 넘게 지속됐다. 대통령 정책실장이었던 변양균 실장은 외압을 행사해 신 씨의 동국대 취업을 도와준 혐의로 구속됐다.
▷한-미 FTA 타결=한국과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이 타결됐다. 양국은 2006년 6월부터 10개월간 9차례 협상을 벌였다. 이 기간 뜨거운 찬반논쟁이 펼쳐졌다.
▷탈레반에 23명 피랍=7월 19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칸다하르로 향하던 한국인 23명(남자 7명, 여자 16명)이 탈레반 무장 세력에 납치되었다. 탈레반은 피랍된 23명 중 심성민, 배형규 목사를 살해했고, 나머지 인질 21명은 협상을 통해 단계적으로 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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