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경쟁력이다'라는 문구가 일상화된 지 오래다. 인간의 디자인 활동은 이미 인류가 처음 농경을 시작한 시기에 토기를 만들면서 아랫부분을 뾰족하게 한다든지, 빗살 문양을 새겨 넣으면서 시작됐다.
특히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제품의 효율적인 생산과 특정 소비자의 취향까지 고려해 디자인 분야는 우리 삶 속에 녹아들었다.
우리나라의 도시디자인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외국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도시환경정비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다. 서울시는 2006년 공공디자인 계획을 수립, 다음해 공공디자인위원회와 시장 직속 디자인 본부를 신설해 본격적으로 도시디자인을 통해 도시이미지 제고와 브랜드 가치 창출을 위한 정책을 펼쳤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도시디자인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불과 10여 년 정도로 선진국 사례와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인구 43만 명의 지방 중소도시인 구미의 도전과 그에 따른 행보는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구미시는 2008년 경북도 최초로 도시디자인과를 신설해 지역의 디자인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구미시도시디자인위원회를 구성했다. 가장 돋보이는 정책으로는 일관성 있는 디자인 정책 추진을 위해 기본경관계획과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수립한 것을 꼽을 수 있다.
2011년 '구미시 기본경관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난립한 도시색채 정립을 위한 색채 가이드라인,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 공공시설물 표준디자인, 야간경관 기본계획과 가이드라인 등을 수립해 구미의 정체성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일관성 있는 도시이미지 형성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 같은 기본경관계획 및 디자인 가이드라인은 도시디자인 자문위원회의 자문기준으로 활용됐고, 각 부서별로 추진되는 디자인 관련 사업의 설계지침으로도 활용해 일관성 있는 도시경관 형성의 근간이 됐다.
구미는 '우리나라 최대의 내륙 첨단산업 도시' 타이틀 이면에 '회색공단도시' 이미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필자가 10여 년 전 구미를 처음 방문했을 때 공단도시 이미지와 함께 각양각색의 대형 간판, 복잡한 가로시설물, 난립해 있는 도시색채들로 도시가 몸살을 앓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구미 모습은 분명 그때의 기억과는 다르다. 지친 근로자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휴게쉼터, 하나의 작품을 가져다 놓은 듯한 지하도 캐노피, 쾌적하고 안전한 디자인의 보행환경, 작지만 특색있고 깔끔하게 정비된 간판, 안전을 확보한 범죄예방 디자인, 아트갤러리가 된 고속도로 하부공간 등 인간중심의 도시디자인 적용 사례들이 구미시 도시디자인 정책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결실은 2013년 경북도 최초로 실시된 공공디자인평가에서 최우수상 수상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도시디자인은 뭔가 튀는 조형물을 만들고 화려한 색채를 통해 도시를 장식하는 수단이 아니다. 짧은 기간 안에 성과를 바라서는 더욱 안 된다. 유럽의 사례에서 보듯, 우수한 도시디자인은 사람들의 활동을 유도하고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며, 삶과 문화가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자주 보는 형상의 변화에는 둔감하다. 어쩌면 구미시민들은 내가 살고 있는 구미의 변화에 둔감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가 본 구미의 경관은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변해왔고, 그 변화는 진행형에 있다. 구미시는 '디자인이 경쟁력이다'라는 문구를 다시 한 번 되새겨, 앞으로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도시디자인 정책을 추진해가길 바란다. 10년 후 첨단산업과 천혜의 자연이 공존하는 세계 속의 명품도시 구미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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