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총리의 대구 기질은?

"대구와 부산에서 모두 근무했기에 두 지역의 기질적 차이를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다. 신공항 같은 갈등처럼…사회적 갈등으로 커져 버리면 총리실이 나설 수밖에 없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지난달 취임 1주년을 맞아 대구와 부산에서의 검사장 생활경험을 꺼내며 신공항 갈등 봉합에 대한 역할론을 시사했다. 그는 대구에서 2009년 8월~2011년 1월, 곧바로 부산에서 2011년 8월까지 고등검사장을 지냈다. 1995년 경남 통영지청장, 2003년 부산지검 검사 시절까지 따져 2년 안팎을 각각 대구와 부산에서 보냈다. 그렇다고 기질 차이까지 알까?

두 곳은 한 뿌리였던 만큼 같은 점 못잖게 차이도 숱하다. 사람도 다를 수밖에 없다. 사는 환경 탓이다. 기질 차이는 그런 배경에서다. 우선 뭍의 도시와 항구도시라는 지리환경이다. 농업과 상업 배경의 산업환경도 그렇다. 조선 유학이 물려준, 같지 않은 학맥과 색목(당파) 탓도 있다. 국회의석의 여야 독과점 차이, 4명과 2명의 연고 대통령 배출, 1995년 이후 역대 민선시장의 출신 배경 같은 정치환경은 물론 다른 요인도 많다.

이런 복잡한 요인에 따른 기질 차이를 고검장 한 번으로 안다는 총리는 분명 보통 인물이 아니다. 그러나 그의 잘못됨은 곧 나타났다. 지난달 신공항 백지화 발표 뒤 대구 국회의원 등에게 '대승적 견지에서 수용하라'는 한마디 주문을 통해서다. 그는 대구 기질을 '정부 말을 잘 따름'으로 본 셈이다. 무지이자 오만함이다. 그를 닮아서인가? 국토부 최정호 2차관도 신공항 백지화로 엉망으로 헝클어진 K2 이전 문제에 대해 동네 버스정류장 옮기듯 대구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식이었다.

정부를 믿을 수 없음이 분명해졌다. 대구 기질이 총리 생각처럼 다름을 보여줄 때다. '아마추어' 권영진 대구시장이 정신 차리고 앞장서야 한다. 그래서 '정치인'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배울(?) 일이 많다. 서 시장에 비해 주변의 동원자원과 정치세력, 경제지원이 빈약해서다. 권 시장은 정부발표 검증과 K2 해법을 위한 정부'국회'대구시 합동회의 개최를 추진 중이다. 신공항 2라운드다.

서 시장도 김해공항 확장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생략을 정부에 압박 중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내는 물론 대구경북의 든든한 친박세력을 업고 식언(食言)도 서슴지 않는 서 시장보다 권 시장은 외롭지만 어쩔 수 없다. 합의와 마땅함을 받들고 옳지 않음에 맞서는, 총리가 모르는 대구 기질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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