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 높이 운동장, 사생활 뺏길 주민들

울진 생활체육공원 '이상한' 설계…이웃 주민 "창문도 못 열 판" 호소

"아파트 5층 창문 바로 앞에 갑자기 육상 트랙이 생긴답니다. 이게 말이나 됩니까?"

울진 생활체육공원 건립과 관련,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나섰다. 울진군이 설계를 변경하면서 아파트 5층 높이에 운동장이 들어서게 됐기 때문이다.

울진군은 지난해 7월부터 울진읍 읍내리 산 4번지 일원(울진의료원 인근)에 울진읍생활체육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총 6만5천800㎡ 부지에 35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고 있다.

다목적운동장'풋살장'테니스장'볼링장'탁구장을 비롯해 수영장과 실내체육관 등 울진으로서는 처음 갖게 되는 종합 체육시설이다.

당초 울진읍생활체육공원은 지난해 6월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었으나 각종 민원들이 잇따라 제기되며 한 달여간 공사가 연기됐었다. 바로 인근에 위치한 소규모 아파트 주민들이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반발을 한 탓이다.

울진군이 주민공청회 당시 설명한 체육공원 설계를 착공 전 갑자기 변경해 생활권에 심각한 침해를 받게 됐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설계도에 따르면 인근 연호하이츠 아파트와 체육공원 내 운동장이 약 40m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연호하이츠가 약간 비스듬하게 지어진 까닭에 가장 가까운 곳은 불과 2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게다가 산 중턱을 절개해 만든 육상트랙은 총높이가 22m로, 총 21m 높이의 연호하이츠 아파트 보다도 1m가량 더 높다. 현재 연호하이츠에는 19가구 7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울진의 한 주민단체 관계자는 "당초 설계에서는 아파트 앞에 수영장 건물이 들어서고 운동장이 반대편에 있었는데 공사를 시작하고 보니 오히려 뒤집혀 운동장과 산책로가 아파트 앞에 오게 됐다"면서 "각종 행사나 경기가 진행될 운동장이 5층 높이에서 아파트를 내려다보는 식이다. 주말 소음은 물론, 사생활 침해 탓에 한여름에도 문을 닫고 커튼을 쳐야 될 형편"이라고 했다.

그는 또 "공익 차원에서 조망권 침해나 공사 비산먼지 등 각종 불편을 감내하기로 했었는데, 이렇게 더한 피해를 안겨주다니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진군 체육진흥추진단 관계자는 "원래 기본계획에는 운동장이 동서 방향으로 설계됐었는데, 용역 결과 햇빛 등 각종 문제점이 발견돼 바로잡은 것뿐이다. 설계 변경에 따른 주민설명회를 열었으나 주민들이 많이 참여하지 않았다"며 "현재 관련 토목 공사가 60%가량 진척돼 있어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하려면 아예 공사를 백지화해야 한다. 지금은 변경이 어려우니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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