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오서칠' 소문 사실이라니…바짝 엎드린 영천 공무원들

사무관 승진 5천만원, 서기관 승진 7천만원…시청 전체 '폭풍전야' 불안감

영천시 5급 공무원이 뇌물수수 및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본지 2일 자 4면, 4일 자 1면 보도)되자 영천시청 상당수 공무원들은 "얼굴을 들 수 없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사오서칠'(사무관 승진 5천만원, 서기관 승진 7천만원)이 확인됐다"는 비아냥으로 공무원들이 바짝 엎드리면서 상권 등 영천시내 전체가 위축되고 있다.

영천시는 4일 이번 사건과 관련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지역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공직기강을 확실히 바로 세우도록 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영천시 관계자는 "현재 상황만으로도 시민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청렴교육을 확대하고 전 공무원들로부터 청렴서약서를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까지 인사평정과 관련해 지침에 따라 제대로 해왔다. 향후 누가 보더라도 공정하다고 인정할 수 있도록 더 철저하게 인사평정을 하겠다"고 했다.

영천시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인사를 둘러싼 금품수수 얘기로 공직사회 분위기가 많이 위축됐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인사와 연계된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공직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경찰 수사가 확대되자 영천시청의 분위기는 글자 그대로 꽁꽁 얼어붙었다. 시청 사무실마다 발걸음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다.

한 직원은 "사무실 분위기가 폭풍전야처럼 가라앉았다. 너무 움츠러들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직원들은 인사철이지만 회식도 자제하고 있다. 퇴근 후 모임이 있어도 식사만 하고 바로 집으로 향한다.

한 공무원은 "식사는 주로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회식도 저녁 술자리를 피해 점심시간에 간단한 식사로 끝내거나 저녁에 회식을 하더라도 밥만 먹고 끝낸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공무원은 "요즘 오후 6시 정시에 퇴근하는 공무원이 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전반적으로 술을 자제하는 분위기에다 금품사건이 터져 퇴근 후 술집 대신에 헬스장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다. 색안경을 쓰고 공무원들을 보는 분위기여서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영천의 한 기업인은 "영천의 분위기가 좋았는데 공무원 한 사람의 뇌물사건으로 영천 전체가 뇌물집단으로 매도되고 있다. 가뜩이나 불황이 심각한데 공무원도, 기업인도 모두 모임을 자제하고 있어 지역 전체 분위기가 심각할 정도"라고 했다.

영천시내 한 식당 주인은 "뇌물사건이 공무원 구속, 추가 수사로 이어지면서 어느 식당이건 간에 이전의 절반 이하로 손님이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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